日 “弱달러는 지구촌경제 폭탄”

  • 입력 2004년 1월 7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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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약세가 올해 세계경제를 교란할 변수로 주목되고 있다. 달러화 환율을 둘러싼 미국 유럽 일본의 ‘3각 신경전’이 본격화할 기미도 보인다.

달러화는 새해 뉴욕 도쿄 등 주요 외환시장이 개장하자마자 달러당 106엔대 초반으로 떨어져 3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유로화에 대해서도 6일 뉴욕시장에서 1.28달러대에 거래돼 유로화 출범 이후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달러화가 연초부터 급락하자 일본 경제계는 “경기회복 시도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달러화의 하락폭이 커지면 달러표시 자산의 가치하락을 염려한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돈을 빼 ‘미국발 세계 주가폭락’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는 것은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의 축을 이루는 일본과 유럽연합(EU)의 대응이 엇갈리기 때문.

엔화 강세가 수출에 미칠 타격을 걱정하는 일본 정부는 지난해 20조엔을 외환시장에 쏟아 부은 데 이어 올해에도 연일 대규모 시장개입에 나서고 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화 강세가 역내 물가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묵인하고 있다.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일본 경단련 회장은 “일본 기업의 수출은 달러당 105엔이 마지노선”이라며 “달러화가 90엔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일본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 내에서는 “유럽이 지금처럼 방관하면 일본 혼자만의 힘으로는 달러 약세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EU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U는 달러화 약세가 유로화의 국제적 지위를 높일 뿐 아니라 수입가격 하락으로 소비를 부추기기를 기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달러 하락폭이 너무 커서 수출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커지자 일부 관계자들이 시장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러화 약세가 미국 기업의 실적 호조로 이어져 세계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지만 적절한 수준에서 멈추지 않으면 전 세계 주식시장이 공황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미국에서 열리는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서 달러화 약세 저지를 위한 주요국간 공동대처 방안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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