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선]野 거물들 불출마속 ‘푸틴 엄호’ 측근 출사표

  • 입력 2004년 1월 5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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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노프 상원의장
미로노프 상원의장
3월 14일로 예정된 러시아 대통령선거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정치적 ‘쇼’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부 야당의 ‘선거 거부’ 선언과 거물급 정치인들의 잇단 불출마 선언에 이어 푸틴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한 ‘위장 동반 출마’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세르게이 미로노프 연방회의(상원) 의장은 4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미로노프 의장은 지방의회 의원에서 일약 상원의장에 ‘발탁’된 푸틴 대통령의 측근 인사. 그러나 그의 출마는 정치적 배신이 아니라 푸틴 대통령에 대한 충성의 표현이다.

미로노프 의장은 “선거기간 중 푸틴 대통령을 곁에서 지키기 위해서”라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선거유세나 토론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푸틴 대통령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공격에 대항해 푸틴 대통령을 엄호하려고 대선에 나섰다는 것.

선거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미로노프 의장의 출마는 가뜩이나 ‘하나마나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선을 더욱 희화화하고 있다.

1996년 대선은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대한 심판이었고 2000년 대선은 푸틴 대통령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등 러시아 권력의 향배를 결정지은 고비였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전에 없는 ‘싱거운 승부’가 될 전망이다. 현재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10여명. 그러나 어느 후보도 푸틴 대통령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평가다.

우파연합과 야블로코연합 등은 대선이 불공정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선거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와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자유민주당 당수도 출마를 포기하고 대리인을 내세웠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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