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위대표단 지진구호 논의 위해 이란파견 추진”

  • 입력 2004년 1월 2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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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6일 이란 남부 밤시를 강타한 지진피해 구호 활동을 계기로 미국과 이란의 외교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양국은 1979년 테헤란에서 발생한 미국인 인질 사건 이후 외교 관계가 단절된 상태다.

미국은 엘리자베스 돌 상원의원(공화·노스캐롤라이나)을 대표로 한 고위급 공식 대표단을 이란에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2일 보도했다. 방문 목적은 지진참사 생존자들에 대한 추가 지원 논의. 이란 정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데 성사만 되면 국교 단절 이후 미국 공식 대표단의 첫 번째 방문이 된다.

돌 상원의원은 미 적십자사총재 출신. 대표단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가족 중 한 사람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또 지진 구호 활동을 돕기 위해 대(對)이란 제재를 잠정적으로 완화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90일간 미국인이 이란을 돕는 구호단체에 현금을 기부하는 것을 승인하기로 했다. 미 국무부도 구호 활동을 위한 수송장비, 위성전화, 라디오, 컴퓨터 등의 이란 수출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이런 활동은 불법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이 ‘인도적 차원’ 이상의 의미를 가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이란의 국영 라디오는 2일 “부시 대통령이 이란을 분열시키고 이란에 간섭하는 데 지진 구호 활동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란 강경파 성직자인 아흐마드 자나티도 이날 금요 기도회 강론에서 “인도적 지원도 악의 화신인 부시 대통령의 이미지를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미국의 구호 활동에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도 “미국의 이란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20여년간 얼어붙어 있는 양국 관계가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었다.

미국도 지진 구호 활동이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 애덤 어럴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여전히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와 이슬람 무장세력 지원 활동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란이 핵시설 사찰 등 국제적 책무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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