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생포 이후]<上>이라크의 미래

  • 입력 2003년 12월 15일 2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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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13일 미군에 체포됨으로써 이라크뿐 아니라 대테러전쟁을 벌여 온 미국과 이라크전쟁으로 분열됐던 중동 등은 국면 전환의 큰 계기를 맞았다. 이른바 본격적인 ‘포스트 후세인’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이라크의 경우 후세인 복귀 가능성이라는 망령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 요인이다. 25년 동안 철권통치를 휘둘러 온 후세인이 완전히 ‘제거됐기’ 때문에 이에 따른 영향도 가장 클 수밖에 없다.》

▽종파간 민족간 분열의 격화 가능성=후세인 정권은 이라크를 구성하는 수백 개 부족을 통합하기 위해 독재를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만큼 통합이 어렵다는 뜻이다. 종전 후에는 과도통치위원회와 미 군정이 후세인을 대신해 이라크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는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 투르크족 기독교도 등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각각 이해를 달리하지만 지금까지는 후세인이라는 ‘공통의 적’ 때문에 내분을 자제하고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공적(公敵)’이 사라짐에 따라 권력 장악을 위한 알력이 노골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과도통치위원장은 위원들이 한 달씩 돌아가면서 맡고 있으나 내년 2월 임시헌법이 마련되고 총선 일정이 다가오면 이들의 ‘동상이몽’이 노골화되면서 권력투쟁도 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전문가인 프랑스의 장 마리 벤자맹 신부는 “후세인 생포로 이라크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가 대담해져서 머지않아 이라크를 내전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시아파는 정권 획득, 나아가 이슬람 공화국 수립을 노리고 조기선거 실시를 요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중동 전문가인 룰라 칼라프도 “시아파의 득세가 가속화되면서 무장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니파인 후세인에게 내내 핍박 받았던 시아파는 91년 이라크의 걸프전 패전 이후 봉기 움직임을 보였다가 후세인 정권으로부터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아픈 경험 때문에 후세인이 체포되지 않는 상황을 우려해 왔다.

▽미군 철수 요구 거세질 것=미군은 지금까지 전쟁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WMD) 적발을 위해서 후세인 일당을 생포해야 하며, 이는 미군이 종전 후에도 주둔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혀 왔다. 그러나 후세인이 생포됨으로써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이라크 안팎의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메드 마헤르 이집트 외무장관은 14일 후세인 체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군 철수와 이라크 주권 반환이 앞당겨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후세인의 장래는 이라크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집트 알 아흐람 정치전략연구센터의 디아아 라시완 연구원은 “이제 미국이 이라크 주둔을 정당화할 근거가 크게 줄었다”며 “만약 미국이 이런 점을 인정하지 않고 주둔군을 철수하지 않는다면 이라크 민족주의자들과 지지자들의 세력이 늘어나고 미군을 축출하기 위한 전투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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