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땅값 12년째 하락세인데 도쿄 도심은 올라

  • 입력 2003년 12월 14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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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경제가 순풍을 타면서 도쿄(東京) 도심부의 토지 가격이 오르고 있다. 도쿄의 주택지와 상업지 가운데 가격이 오른 곳이 2000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는 것. 하지만 ‘아직 부동산 경기가 회복 단계로 들어선 것은 아니다’는 분석이 훨씬 우세하다.

토지, 아파트 등을 포함한 일본의 부동산 가치가 폭락한 때는 1990년대 초반. 거품 경제가 터지면서 85년 이후 ‘부동산 불패(不敗)’ 신화를 이어가던 토지 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90년대 초 토지 가격은 80년대 말의 3분의 1 수준까지 하락했다.

그 후 토지 가격은 최근까지 제자리걸음 상태다. 올해 9월 일본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2003년 기준지가(地價)를 보면 일본 전국의 땅값은 12년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도쿄 도심부 땅값은 상승 조짐이 뚜렷하다.

국토교통성 지가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 23개 구(區)의 주택지 가운데 기준지가가 오른 곳은 1곳도 없었지만 올해(11월 기준)는 8곳이나 뛰었다. 도쿄의 상업지 기준지가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져 지난해 13곳의 땅값이 오른 데 이어 올해도 11곳의 가격이 뛰었다. 도쿄 내 상업지가가 오른 곳은 2000년 이후 꾸준하게 늘고 있는 추세.

문제는 지방의 지가 하락폭이 크다는 것. 일본 2위와 3위 도시인 오사카(大阪)와 나고야(名古屋)만 해도 2000년 이후 땅값이 오른 지역은 거의 없을 정도다. 미즈호증권 이시자와 다카시(石澤卓志)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1997년 이후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고 부동산 투자환경도 정비되자 도쿄 도심부의 토지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며 “현재 일본의 부동산 경기는 도쿄 도심부와 지방이 뚜렷하게 이원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일본 경기가 바닥을 찍고 상승 국면에 접어들어도 부동산 분야에까지 이어지기에는 1년 정도 차이가 있기 마련”이라며 “최근 일본의 각종 거시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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