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바르드나제 “그루지야 反政시위 배후는 미국”

  • 입력 2003년 11월 27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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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전 그루지야 대통령은 자신의 사퇴를 가져온 무혈시민혁명이 미국의 개입에 의해 일어났다는 의혹을 26일 제기했다.

셰바르드나제 전 대통령은 이날 수도 트빌리시의 자택에서 가진 회견에서 “이번 사태는 누군가의 시나리오에 따라 일어난 것 같다”며 리처드 마일스 그루지야 주재 미국 대사를 배후로 지목했다.

공교롭게도 마일스 대사는 2000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당시 신(新)유고연방 대통령을 축출시킨 민중 봉기가 일어났을 때 유고 주재 대사였다.

셰바르드나제 전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유고사태와 비슷하게 전개된 사실에 의혹을 갖고 있다”면서 “마일스 대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했을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를 짜는 데도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대사관은 일단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익명의 미국 국무부 고위 관계자들은 “그루지야 야당에 240만달러의 선거운동자금을 지원했다”며 개입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그러나 민중봉기를 직접 유도하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앞서 셰바르드나제 전 대통령은 독일 ZDF TV와의 회견에서도 “외국 대사관 등 ‘외부세력’이 야당과 국민을 부추겨 반정부시위를 유도했다”며 미국의 조지 소로스 퀀텀 회장을 거론하기도 했다. 소로스 회장이 그루지야에 대한 재정 지원을 무기로 내세워 내정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셰바르드나제 전 대통령은 “사태 당시 시위대의 두려움 없는 눈빛에서 그들을 진정시키는 유일한 해결책은 나의 사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해 사임을 결정한 직접적인 원인이 민의(民意)의 압력 때문이었음을 시인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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