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英영사관-은행 폭탄테러

  • 입력 2003년 11월 21일 0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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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27명이 사망한 테러 참사가 발생한 뒤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의문을 통해 "유엔 헌장에 의거한 책임에 따라 모든 종류의 테러리즘과 맞서 싸우겠다는 강화된 결의를 표명한다"고 선언했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도 "이번 공격을 행하는 자들은 인간생명에 대한 어떤 존중도 없다"면서 "우리는 그들의 행동을 완전히 규탄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터키 폭탄테러 현장

터키 최대의 상공업 도시 이스탄불에서 이날 영국 총영사관과 영국계 HSBC은행을 겨냥한 강력한 자살 차량폭탄테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로버트 쇼트 영국 총영사를 비롯한 27명이 숨지고 450여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사망자 가운데 영국 외교관 4명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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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방문 중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들은 협박하고 혼란시키길 원하지만 그들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영국과 미국, 그리고 다른 자유국가들은 이 악과 싸워 패퇴시키겠다는 굳은 결의로 단결해 있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사건 발생 뒤 레젭 타입 에르도간 터키 총리와 전화회담을 갖고 수습책을 논의한 뒤 잭 스트로 외무장관을 이스탄불로 긴급 파견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번 사건을 "사악한 테러단체의 만행"이라고 비난하면서 "테러리스트의 협박과 맞서 싸우는 데 어떤 중단이나 타협, 주저도 없을 것이며, 테러리즘을 완전 분쇄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유대인 교회당 연쇄 폭탄테러에 이은 이번 자폭테러의 배후에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미국의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은 이번 사건이 "알-카에다 작전 방식과 유사하다"고 밝혔고, 이스라엘 정보소식통도 "알-카에다 방식과 너무나 흡사하다"면서 이번 사건이 알-카에다의 모든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연방정보국은 "이번 터키 테러 수법은 타이밍을 잘 맞추고, 고도의 전문적 수법을 발휘한 것으로 보아 알 카에다의 수법과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백악관은 "알 카에다가 터키 테러와 긴밀히 연계돼 있다 해도 놀라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백악관은 "터키 테러는 테러전이 계속되고 있으며 살인마들이 그들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무고한 인명을 해치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터키 테러범들은 미국과 터키를 이간질하는데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끔찍한 테러행위는 미국과 터키의 결속과 전세계 문명권, 터키-이슬람권, 터키-유대권의 관계를 긴밀하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쇄 폭탄테러는 부시 대통령을 내년 대선에서 낙선시키기 위한 것으로, 대선이 끝날 때까지 미국의 동맹국 대상 테러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밖에 이란, 시리아, 이집트, 이스라엘을 포함한 중동지역 국가를 비롯해 중국, NATO, 교황청 등 전세계가 이번 사건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한편 미국 정부는 자국 대사관을 목표로 한 추가테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현지 미국영사관 건물을 잠정 폐쇄했다. 영국 정부도 자국민에 대한 터키 여행 금지령을 발령하면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이스탄불 여행을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 이스라엘은 자국민의 터키 여행을 연기하도록 권고했다. 터키는 이스라엘의 유일한 역내 우방으로 전통적으로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왔다.

한편 일본 방위청은 이라크 파병 선발대의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은 당초 연내 150명 규모를 파병키로 했으나 현지 치안 악화로 30명으로 축소됐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1일 보도했다.

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20일 연내 파병 철회를 자민당 간부에게 공식으로 밝혔다.

이스탄불 테러는 터키 북서부 이스탄불 르벤트구(區)소재 18층짜리 영국계 HSBC은행 앞에 정차된 차량이 폭발한데 이어 거의 동시에 베요글루구 소재 영국총영사관 정문으로 폭탄이 장착된 트럭이 돌진한 뒤 자폭하면서 일어났다.

HSBC 테러로 이 은행직원 3명을 포함한 11명이 사망했고, 영국총영사관 자폭테러로 쇼트 총영사를 포함한 영국 외교관 4명과 터키인 12명이 숨졌다. 또 두 사건으로 모두 450명 이상이 부상해 분산 치료 중이다.

압둘카디르 아크수 터키 내무장관은 "폭탄을 장착한 두 대의 트럭이 이용됐으며 공격을 벌인 자들은 자폭했다"고 밝혔다.

터키 당국은 이번 사건에 이용된 폭발물이 황산암모늄, 질산염과 가압성 연료 등 지난주 유대인 교회당 폭탄테러 공격에 이용된 것과 같은 종류인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반(半)관영 아나톨리아 통신이 전했다.

디지털뉴스팀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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