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라크 파병 혼선, 정리해야 할 때

  • 입력 2003년 11월 9일 18시 38분


정부가 지난달 미국에 이라크 추가파병을 통고한 이후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국내 일각에서는 파병 반대 목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고, 파병 군대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지난주 미국에 다녀온 파병협의단과 미국측 사이의 견해차도 컸다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파병의 이득은 거의 챙기지 못한 채 부작용만 커지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최근 이라크 현지사정이 많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이 이 같은 상황 변화에 따라 커다란 내부 혼선을 빚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추가파병은 우리가 국제사회에 한 약속이다. 한국은 미국과 혈맹으로 맺어진 특수한 관계라는 점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파병 문제를 둘러싼 지금의 혼선은 분명히 정리돼야 한다. 파병 시기와 규모, 군대 편제는 국익과 현지에 파견될 우리 군인들의 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결정할 일이다. 최근 터키가 파병 결정을 철회했다지만 과거 이라크를 지배한 역사를 갖고 있는 터키와 한국은 경우가 다르다. 어제 이라크에서 돌아온 2차 정부조사단도 “이라크 인사들과의 면담에서 전후 복구지원을 위한 파병을 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히지 않았는가.

이럴 때일수록 원칙이 중요하다. 정부는 그동안 국익과 한미관계, 이라크 현지사정 등을 고려해 파병문제를 결론짓겠다고 강조해 왔다. 이런 원칙들은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중요하다. 당당한 주권국가로서 정부가 원칙을 고수할 때 한미관계가 훼손되는 일을 피하면서 더 이상의 국론분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잡음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 내에서도 서로 다른 말들이 나와 국민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그러나 더는 곤란하다. 이제는 정부가 파병 혼선을 정리하고 국민의 공감을 구해나가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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