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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13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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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주변 해저에서 추진 중인 7개의 가스전과 유전 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최근 밀려들어온 외국자금만 130억달러(약 14조9200억원).
주도 유주노사할린스크의 호텔은 객실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엑슨모빌, 로열 더치 셸, 미쓰비시 등 다국적기업들이 호텔을 통째로 빌렸기 때문이다. 쓸만한 아파트나 사무실을 구하기도 어렵다. 시내 곳곳에는 건물 재건축과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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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만 해도 러시아에서 가장 변방으로 취급받던 사할린에서 이제 외국인을 마주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호텔 로비나 중심가의 고급 일식집에서는 자연스럽게 영어나 일어를 들을 수 있다. 유주노사할린스크와 한국을 잇는 비행편은 주3회.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나 러시아 본토와 연결하는 비행편도 거의 매일 있다.
비즈니스맨들만 사할린을 찾는 것은 아니다. 사할린의 자연을 찾는 관광객들도 늘고 있다. 현지 항공사 대리점인 세트라이트 여행사의 권운호 과장은 “낚시와 곰 사냥 등 다른 곳에서는 즐길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찾아 오는 관광객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에너지 사업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지만 관광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러시아의 다른 지방 도시와 달리 사할린의 밤거리는 외출이 가능할 정도로 안전했다. 사할린Ⅱ 가스전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사할린에너지의 빅토르 스네기르 사업부장은 “사할린에 자본을 투자한 외국기업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사할린 주정부가 특별히 외국인의 안전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러시아 전역에서 외국인을 위협하고 있는 신나치 청년들도 사할린에서는 볼 수 없다. 교통경찰도 웬만해서는 외국인 전용번호판이 달린 차량은 세우지도 않는다.
많은 주민이 모스크바 등 대도시로 떠나 인구가 줄고 있는 다른 극동 지방과 달리 사할린은 인구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다. 하바로프스크와 아무르 등 이웃 지방에서 일자리를 찾아 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삼성중공업 원윤상 상무는 “사할린Ⅱ 가스전 사업에 사용될 해상 플랫폼 2기를 수주해 2005년에 발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수주한 플랜트 사업 규모는 약 5억달러에 이른다. 이밖에 삼성물산과 풍림 등도 건설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유주노사할린스크=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한인 4만명… 노동력 뛰어나 개발 주역 각광▼
유주노사할린스크 시내 체호프극장에서 열린 한인축제에 참석한 이반 말라호프 사할린 주지사 대리는 축사에서 “우리는 러시아인도 한인도 아닌 사할린 사람”이라며 “민족간의 갈등 없이 사할린의 번영을 열어나가자”고 호소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사할린에 남은 한인은 4만3000여명. 현재는 사할린 인구의 5%가 넘는 4만여명의 한인이 살고 있다.
사할린 개발이 가속화되자 사할린 동포 사이에서는 수난의 역사를 딛고 도약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뉴욕 타임스는 “사할린 개발 열풍 속에서 우수한 한인 인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잘 훈련되고 우수한 한인 노동력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 유주노사할린스크의 제9 동양어문학교(교장 정옥녀)에서는 한국어와 일어를 제2외국어로 가르친다. 670명의 학생 중 70%는 한인이고 나머지는 러시아인이다. 한국과 일본 기업의 현지 진출이 늘자 러시아 학생들도 한국어나 일어를 배워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많이 입학하고 있다. 이 학교는 한국 기업으로부터 컴퓨터를 비롯한 교육기자재 등 시설을 지원받은 데다 학생 수준이 높은 명문으로 꼽힌다.
정 교장은 “많은 학생들이 사할린외국어대로 진학한 후 현지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에 취직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룡 사할린한인회장은 “재외동포법이 개정되면 고국과의 관계가 더욱 밀접해 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업들도 한인 인력을 사할린 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려 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한인 청년들을 국내로 초청해 기술교육을 시킨 뒤 현지에서의 취업을 돕고 있다.
유즈노사할린스크=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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