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먼저 시비” 살인미수 중국인 2명 집행유예

  • 입력 2003년 10월 5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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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다짜고짜 폭력을 행사한 한국인에게 흉기를 휘두르다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이 법원의 선처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5부(전봉진·全峯進 부장판사)는 술자리에서 한국인 2명을 칼로 찔러 부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김모씨(34·조선족)와 리(李)모씨(37)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국인들이 먼저 시비를 걸고 폭력을 행사해 범행 발생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만큼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다”고 밝혔다.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가던 중국인 김씨와 리씨, 그리고 진모씨는 올 1월 서울의 한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던 중 옆 테이블의 한국인 2명이 다가와 시비를 걸면서 일이 꼬이게 됐다.

한국인 2명은 “뭐하는 사람들이냐”며 김씨와 진씨를 이유 없이 폭행하기 시작했다. 김씨의 진술에 따르면 한국인 2명이 머리를 심하게 때려 고개조차 들 수 없었고 무릎을 꿇으라고 강요하는 한편 진씨의 코를 포크로 찔러 피까지 나게 했다는 것.

이에 모멸감을 느낀 김씨 등은 보복을 결심했고, 리씨와 진씨는 김씨의 지시에 따라 음식점에서 가져온 칼로 한국인 2명의 손등, 허벅지, 옆구리 등을 수차례 찔러 각각에게 전치 4주,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혔다. 즉각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김씨와 이씨의 1심 재판부는 “흉기를 가져오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씨에게는 징역 6년의 중형을 내렸다. 그런데 사건 후 종적을 감췄던 진씨가 최근 검거되면서 이들 3명의 공범관계가 드러났고 김씨 역시 2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됐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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