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자심사 강화에 사우디 발끈

  • 입력 2003년 10월 1일 20시 09분


9·11테러 이후 미국 국무부로부터 비자발급 심사업무를 넘겨받은 미 국토안보부가 지난달 30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첫 대상으로 새로운 비자 심사 시스템을 가동하자 사우디가 발끈하고 나섰다.

새 시스템에 따라 비자 발급 주체는 여전히 국무부지만 특정인에게 비자를 발급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권한은 국토안보부가 쥐게 됐다. 국토안보부는 사우디를 시작으로 다른 ‘요주의 국가’의 대사관에도 속속 직원을 파견할 방침이다.

존 버기스 주(駐)사우디 미국대사관 대변인은 “왜 사우디가 국토안보부 비자 심사 강화작업의 첫 대상인가”라는 질문에 “9·11테러가 이유”라면서 “그동안 국무부 직원이 접근하지 못했던 각종 자료를 심사할 수 있게 되면서 극단주의 성향의 잠재적 용의자들을 더 효율적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9·11테러 당시 19명의 항공기 납치범 가운데 15명이 사우디 국적을 보유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냉각된 바 있다.

사우드 알 파이잘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에 대해 미국의 새 비자 발급 규정이 아랍인들의 미국 방문을 사실상 어렵게 만들어 미국과 아랍권 사이의 관계를 저해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사우디 왕자인 알 파이잘 장관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사흘간 일정으로 열린 미-아랍 경제포럼 연설에서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의 하나로 비자발급 요건을 강화해 미국과 사우디 국민들간의 교류가 정체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현재 미국의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을 적용받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27개국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 국민은 미국을 관광 또는 출장 목적으로 방문할 때 90일까지 비자가 면제된다. 미국은 이들 비자 면제국에 대해서도 올해 5월부터 내년 10월까지 순차적으로 기계판독 가능 여권(MRP)을 도입토록 했다. MRP는 지문이나 홍채 등 개인의 생체정보를 담을 수 있는 여권으로 테러리스트 입국 방지를 위한 비자 발급 요건 강화방안의 하나로 도입됐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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