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 아웃’ 스타벅스 佛 카페문화에 도전장

  • 입력 2003년 9월 26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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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데프레 거리의 카페인 ‘레 되 마고(Les Deux Magots)’는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보부아르 부부가 철학논쟁을 벌였던 곳으로 이제는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어 있다.

‘레 되 마고’가 아니더라도 파리의 수많은 길모퉁이, 광장 주변의 카페에는 시대를 풍미했던 문인과 재사(才士)의 자취가 남아 있다. 볕 좋은 날,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한담을 늘어놓는 모습은 프랑스의 상징이나 마찬가지다.

전 세계 7000여개 체인점을 가진 미국의 커피재벌 스타벅스가 프랑스식 카페에 도전장을 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25일 “전통 있는 프랑스의 카페 문화에 최고의 존경과 찬사를 표시한다”고 전제한 뒤 내년 초 파리 중심가인 오페라 거리에 프랑스 스타벅스 1호점을 개장한다고 발표했다.

스타벅스는 이미 ‘비엔나 커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 진출했다.

스타벅스의 파리 상륙은 카페 문화를 자랑하던 프랑스인들에게 작지 않은 문화충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카페는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서너 시간 한담이나 독서를 즐기는 게 제격. 그러나 스타벅스는 종이컵에 든 커피를 사서 들고 나가는 ‘테이크아웃’ 방식이다.

진한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프랑스인에게 연한 아메리칸 커피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미지수다. 프랑스인들은 아메리칸 커피를 ‘물 타서 양을 늘렸다’는 의미에서 ‘카페 알롱제’, 일부는 ‘양말주스(양말 빤 물)’라고 부르며 비하한다. 사르트르가 살아서 파리에 등장한 스타벅스를 보면 뭐라고 했을까?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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