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파병 정부입장]“서두를 필요없다” 유엔 움직임 주시

  • 입력 2003년 9월 16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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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과 조영길 국방부 장관이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각각 보고 자료와 마이크를 점검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과 조영길 국방부 장관이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각각 보고 자료와 마이크를 점검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라크 전투병 파병문제에 대한 정부 내의 분위기는 3월 파병 논의 때와는 달리 다소 느긋하다.

15일 청와대가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파병을 요청해온 경위와 파병 규모 등을 공개하고 나선 것도 굳이 감춰서 불안감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라크전이 발발한 상황에서 결정을 서둘러야 했던 지난번 파병 때와 달리 이번에는 시한이 급박하지 않고, 미국쪽 사정이 더 다급한 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게 정부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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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16일 실무조정회의를 열어 파병 문제에 관한 관계 부처의 의견을 교환했다. NSC는 이날 회의에서 취합된 각종 정보와 자료를 토대로 18일 상임위 회의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날 실무조정회의에서 국방부측은 군 병력 중 특전사의 1, 2개 여단 정도가 파병 가능한 병력이며 최소한 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파병비용도 국방비가 아닌 예비비에서 지출돼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는 미국으로부터 파병 요청을 받은 각국의 움직임과 유엔의 동향을 보고했다.

이번 파병 문제의 가장 핵심적인 고려 요소로 NSC가 꼽고 있는 것은 국내여론의 향배와 유엔의 태도. 18일 상임위 회의를 열더라도 성급하게 결론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도 여론의 추이와 유엔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미국이 주한미군 2사단 병력을 빼내 이라크로 배치할지 모른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상황을 거꾸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NSC 관계자는 “미국이 압박카드를 썼다가는 국내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돼 파병 협조를 얻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오히려 우리가 전투병 파병을 카드로 삼아 미 2사단의 현상 유지 등 반대급부를 얻어낼 수 있는 여지가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비교적 파병에 긍정적인 외교안보라인에서는 다음달 중순경 정부의 입장을 정리한 뒤 한미정상회담을 거쳐 올 연말쯤 파병이 이뤄지는 정도로 일정을 잡고 있다. 그러나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비롯한 정무라인쪽에서는 “비전투병이면 모를까 전투병은 곤란하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파병쪽으로 입장을 정할 경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의원들을 설득하는 미국식 대통령제 운영의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천호선(千皓宣) 정무기획비서관은 “아직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對)국회 협력을 다각화, 적극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盧대통령 “파병 간단한 문제 아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이라크에 전투병을 파병하는 문제와 관련, “파병이 검토되고 있는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데 그런 일이 없도록 관계 부처에서 각별히 신경을 써 달라”고 말했다고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파병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닌 만큼 각별히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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