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두얼굴…각료 등 야스쿠니신사 참배

  • 입력 2003년 8월 15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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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종전기념일'인 15일. 도쿄(東京)에는 하루종일 폭우가 쏟아져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하지만 2차대전의 A급 전범이 묻힌 야스쿠니(靖國) 신사에는 참배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인근 지하철역에서 신사 정문에 이르는 200여m의 광장과 도로는 우익단체들이 내붙인 격문과 구호로 뒤덮였다. 옛 군가가 귓전을 때렸고 옛 일본군 복장을 한 우익단체 회원들은 일장기와 옛 일본군기를 흔들었다.

"일본을 지키려다 목숨을 바친 250만 영령을 추모하는 오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각성해야 한다."

"왜 일본이 한국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가. 한국과 중국은 일본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

20대 중반의 우익단체 회원이 확성기를 들고 외치자 박수가 나왔다.

'신주성의단(信州誠義團)'이라는 단체는 "대일본제국이 미국과 싸운 것은 백인들의 노예로 전락한 아시아인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신사 입구에서는 태평양전쟁을 주도한 히로히토(昭和) 천황을 기념해 '쇼와(昭和) 신궁' 건립을 추진하는 단체가 참배객을 상대로 서명 및 모금운동을 벌였다.

이날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경제산업상 등 현직 각료 4명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고 일부 각료는 15일 이전에 참배를 마쳤다. 일본의 대표적 우익정치인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는 4년 연속 신사에 참배해 박수를 받았고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의원모임' 소속 국회의원 55명도 단체 참배했다.

전쟁이 끝난 지 58년이 흘렀지만 8월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찾는 참배객 수는 계속 늘고 있고, 극우단체는 아예 전쟁의 정당성까지 주장하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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