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11년만에 원유수출길 열려…팬암機사고 배상합의

  • 입력 2003년 8월 14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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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정부는 1988년 영국 로커비 상공에서 발생한 팬암기 폭파사건(일명 로커비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희생자 270명의 가족들에게 각각 1000만달러씩 모두 27억달러(약 3조2000억원)의 배상금을 단계별로 지불하는 보상 합의안에 13일 서명했다.

이에 따라 유엔은 빠르면 다음 주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미국도 리비아에 대해 ‘테러 지원국’ 지정을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

로커비 사건 희생자 가족측 변호사와 리비아정부 대표는 13일 런던에서 보상 합의안에 서명했으며, 리비아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로커비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리비아가 책임을 인정하기로 한 것은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법적 조치를 취하지는 않겠다는 보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리비아는 유엔의 경제제재가 해제되는 대로 희생자 1인당 400만달러씩을, 미국의 제재가 해제되는 대로 400만달러씩을, 미국이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는 대로 200만달러씩을 지급한다.

이로써 리비아는 92년 유엔 경제제재 이후 11년에 걸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희생자 유족들은 사건 발생 15년 만에 보상안이 타결된 데 대해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테러의 배후인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지도자가 처벌받지 않는 것에 대해 반발을 보였다고 BBC는 전했다.

로커비 사건은 1988년 12월 21일 뉴욕으로 가던 팬암기 103편이 영국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폭발해 탑승자 259명 전원과 지상의 11명이 숨진 사건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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