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달 前모모야마대 교수 "아시아 얕보던 日대학들 반성"

  • 입력 2003년 8월 11일 18시 34분


“대학의 국제화는 교원과 학생에 대한 문호개방에서 시작됩니다. 이는 일본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국공립대의 외국인 교수 차별 철폐운동을 30여년간 펼쳐온 서용달(徐龍達·70.사진) 전 모모야마(桃山)대 교수는 10일 이 운동의 근본정신은 공생사회, 국제화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3월 정년퇴임해 현재는 민단 중앙본부 회계고문을 맡고 있다. 최근 발행된 고희기념 논문집에서 그는 1972년 개시한 일본 국공립대 외국인 교수 차별 철폐운동의 30년 역사를 정리했다.

“당시 한국인, 재일동포는 사립대 임용조차 불가능했으며 국공립대 임용은 꿈도 못 꾸었습니다. 제가 이 문제로 하도 귀찮게 해 ‘악명’을 날렸던 까닭에 문부과학성 관계자들은 지금도 무슨 일이 있으면 미리 연락해옵니다.”

외국인 차별 철폐운동 시작 10년 뒤인 1982년 일본은 ‘외국인교원임용법’을 제정해 한국인도 일본 국공립대 교수로 임용될 수 있게 됐다. 운동 시작 후 30년이 지난 2002년 7월 현재 일본 국공립대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및 재일동포 교원은 교수 41명, 조교수 90명, 전임강사 43명 등 174명이며 조교까지 포함하면 300명에 이른다.

“외국인 교수 채용시 노벨상 수준의 연구업적 요구, 일본인 교수와 다른 임기제 적용, 서구 편중 시각 등 아직도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일본 국공립대는 설립 당시 유럽 미주 대륙의 학문을 흠모해 서양인을 총장과 교수로 대거 영입했다. 아시아인을 얕잡아 보며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를 지향한다’는 탈아입구(脫亞入歐)를 금과옥조로 여기던 시절이다.

그는 “이제는 ‘탈구입아(脫歐入亞)’의 세계로 변하고 있다”면서 “대학은 ‘아시아의 시대’에 대비해 학생들에게 적어도 1년간 아시아 언어를 선택과목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수준에 크게 뒤지는 한국의 대학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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