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라크대사관에 무장괴한 침입 35억원 강탈

  • 입력 2003년 7월 31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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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된 대사관 털어 사담 후세인 정권 재건자금 마련?”

지난달 29일 새벽 모스크바 주재 이라크대사관에 무장괴한들이 침입해 금고에 있던 300만달러(약 35억4000만원)를 강탈해간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하원 외교위원장은 30일 “이 사건은 여전히 후세인 정권을 지지하는 일부 이라크 세력이 러시아 관리들에게 줄 로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고진 위원장은 “전직 이라크 관리가 나에게 거액을 제시하면서 ‘바그다드를 방문해 후세인 정권 지지 발언을 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경찰도 단순 강도 사건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외곽을 경비하고 있었는데도 범인들이 쉽게 대사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금고에 거액의 현금이 있다는 사실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정치적 동기보다는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을 느낀 현지 이라크 외교관들이 돈이라도 챙기기 위해 자작극에 가까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압바스 할라프 대사 등 고위관리들이 모두 본국으로 소환돼 이라크 대사관에는 하위 외교관들만이 남아 있으며 업무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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