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유족 “돈보다 책임 규명” 배상금 포기

입력 2003-07-15 18:56수정 2009-09-2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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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희생자 가족들이 배상기금법에 따라 마련된 정부 배상금을 포기한 채 항공사 공항 보안업체 당국 등의 보안상 허점과 책임소재를 묻는 대규모 소송을 걸고 나섰다.

USA투데이 14일자에 따르면 9·11테러 피해자 정부 배상금 청구시한은 올해 12월 22일. 테러 희생자 3027명의 가족 중 현재까지 1995명이 배상금을 신청했다.

반면 현재 100여건의 개별 또는 집단 소송이 제기된 상태. 배상 기금법에 의하면 배상을 신청하는 사람은 당국 등에 대해 소송을 걸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은 배상을 포기하고 소송에 나선 것.

이들 소송에는 담배 소송 등 집단 소송에서 이름을 날린 대형 법무법인이 참여해 귀추가 주목된다.

신문은 “신청을 하면 4개월 만에 정부 배상금을 받을 수 있는데도, 10년이 걸릴지, 승소할지, 승소한다 해도 충분한 배상금을 받을지 알 수 없는 소송을 거는 것은 어리석어 보이지만 이들은 책임 소재에 관한 정보를 밝히는 것이 더 옳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 소송에서는 “테러범들이 사용한 상자용 칼은 9·11테러 이전의 규정에 따르면 기내에 휴대할 수 있는 물품이었다”고 밝힌 미 교통당국의 발표가 허위였음이 드러났다.

당시 항공 안전 규정상 휴대할 수 없는 물품 목록에 상자용 칼이 포함됐던 것. 공항 검색을 담당하는 용역업체 등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또 다른 소송에서는 세계무역센터 건물 시스템 등에 대해 당국이 기밀 유출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항공사나 공항이 아닌 테러범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은 정부 배상금을 받으면서도 진행할 수 있다. 2000명이 넘는 피해자들이 이라크 정부와 알 카에다, 사우디 왕가, 아랍은행, 이슬람 단체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올해 5월 뉴욕 연방 법원은 궐석 재판에서 이라크가 6400만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금액이 실제로 피해자에게 지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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