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업 감사 전하려 訪韓한 유니세프 이라크사무소 대표

입력 2003-06-22 19:07수정 2009-09-2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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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라크 남부 바스라의 기온은 섭씨 49도에 이릅니다. 그런 온도에서는 하루 4∼5L의 물을 마셔야하지만 그곳 어린이들은 고작 0.5∼1.5L를 마시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오염된 물이 많아 설사에 시달리고 있지요. 영양실조 상태에서 설사까지 겹치면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이라크 어린이 돕기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한국민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기 위해 19일 방한한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 이라크 사무소의 캐럴 드 루이 대표(51.사진)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현지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5세 이하 어린이의 사망률을 볼 때 이라크는 세계 최악입니다. 1989년 1000명 당 56명이 숨졌지만 그 뒤 10년 사이 131명으로 160%가 늘었어요. 에이즈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 국가에서 같은 기간 사망률 증가치는 10∼20%입니다.”

그는 이라크 여성의 60%가 빈혈을 앓고 있고, 신생아의 4분의 1은 저체중으로 태어나며, 70%의 어린이가 설사(여름철)와 폐렴(겨울철), 영양실조로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이라크전쟁이 끝난 지금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라크는 지금 말 그대로 ‘법과 질서의 공백상태’에 놓여 있어요. 세계 곳곳에서 식량과 의약품, 소비재 등을 제공해주고 있지만 이 역시 약탈과 방화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심지어 유니세프 사무실과 창고도 민간보안요원들을 고용해 보초를 세우고 있는 형편이라며 현금을 통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만큼의 물품을 공급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단일화한 재원을 바탕으로 일괄 구매와 안전한 배급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유니세프는 긴급 구호기금을 바탕으로 의약품과 영양제 등 필요한 물품을 국제입찰을 통해 일괄 구매하고 일괄 배급한다. 이런 이유로 이라크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200여개의 다른 비정부기구(NGO) 중 상당수도 유니세프를 중심으로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유니세프는 긴급 구호 사업비로 초기 6개월간 1억6500만달러를 책정했고 현재 9200만달러를 모았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50만달러의 기금 마련을 목표로 본보와 함께 이라크 어린이 돕기 성금모금을 펼치고 있다.

거스 히딩크 PSV 아인트호벤 축구팀 감독과 같은 네덜란드 출신인 루이 대표는 이런 한국인들의 도움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이라크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한국인들이 보여준 세계시민으로서의 연대의식과 책임감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지난 월드컵에서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과 같은 감동을 안겨준 데 이어 또다시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씨로 도움을 준 한국은 정말 멋진 나라입니다.”

1984년 유니세프에 몸담은 뒤 19년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구호활동을 펼친 그는 자신의 탄탄한 어깨를 두드리며 “수많은 어린이들의 운명이 이 위에 있다는 사명감과 성취감이야말로 유니세프가 내게 준 특권”이란 말도 했다.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방문한 그는 21일 유엔 본부와 미국 국무부 등을 방문하기 위해 다시 뉴욕으로 떠났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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