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大은행 "개도국 환경파괴 공사에 대출 않겠다"

  • 입력 2003년 6월 4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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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 CSFB 등 세계적인 10개 대형은행이 댐 파이프라인 등 개발도상국의 대형 사회간접자본 건설사업에 자금을 대출해줄 때 환경 및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기로 했다.

이들 은행은 4일(현지시간) 대형 인프라 공사가 환경오염과 산림훼손 등의 피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엄격한 대출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의 가이드라인 수용을 발표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3일 보도했다.

이들 은행은 이번 가이드라인 수용이 ‘자발적인’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월스트리트 저널은 수년 전부터 이 문제를 제기해온 환경 및 시민단체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례로 중남미 에콰도르의 대형 파이프라인 건설공사에 자금을 대준 독일계 베스트LB은행과 신용장을 개설해준 씨티은행 등은 산림훼손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3년 전부터 환경단체들의 신용카드 반려운동의 표적이 됐다.

‘이퀘이터(equator) 원칙’으로 알려진 이 가이드라인은 은행들이 대형 인프라 사업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기법으로 대출해줄 때 사업자들이 미리 설정된 환경 및 사회기준에 맞는지를 입증해야 하며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대출을 거부하도록 돼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퀘이터 원칙에 따라 댐 건설 및 탄광 채굴 같은 환경오염 우려가 큰 사업은 사업시행자가 은행들에 △환경영향평가 △전문가협의 △사업진행의 투명성을 확보했음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퀘이터 원칙 수용 의사를 밝힌 은행은 △씨티은행 △스코틀랜드 왕립은행 △하이포 페어아인스방크 △베스트LB △ABN 암로 △크레디 리요네 △바클레이스 △웨스트 팩 △라보뱅크 △CSFB 등이다.

이 신문은 이들 10개 은행이 작년에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인프라 사업에 꿔준 돈이 모두 91억2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다른 대형은행들도 수주 내 이퀘이터 원칙을 수용할 것으로 보여 금융산업의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로 정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러나 환경보호단체들은 은행들의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강제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홍보용으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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