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후진 의료체계가 '사스 재앙' 불렀다

  • 입력 2003년 4월 28일 19시 10분


중국은 왜 사스가 활개 치는 ‘전염병의 온상’이 돼버렸나.

중국은 사스뿐 아니라 폐결핵 환자가 500만명으로 세계 2위, B형 간염과 신생아 파상풍 환자가 아시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전염병 왕국’.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에이즈 감염자도 100만명으로 추정되며 2010년에는 1000만∼2000만명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비즈니스위크 최근호(4월28일자)는 과거 마오쩌둥 시절 중앙 정부가 관장하던 보건의료 체계가 덩샤오핑 정권의 지방 분권화 과정에서 부실해진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마오쩌둥 시절 중국의 인민건강 관리체계는 세계에서 가장 잘 정비돼 있었다. 무료봉사 수준의 급료를 받는 군의관들과 보건관료 조직 덕분에 저렴한 비용으로 국민의 85%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고 세계은행의 중국보건 프로젝트 담당자가 지적했다.

그러나 덩샤오핑이 집권한 1979년 이후 지방 분권을 추진하면서 정부의 보건비 지출이 중앙으로만 몰렸다. 베이징에는 25%, 광대한 서부 쪽에는 5%만 주어졌다. 이는 사스가 앞으로 서부로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전체 보건예산 중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비중이 80년 36%에서 현재는 20%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 민간의 보건비 지출까지 합친 전체 보건비용 총액은 10배가 늘어난 480억달러가 됐다. 의료 체계에 혼란이 일어난 것이다. 병원들은 민영화됐고, 비싼 약들을 환자에게 과다하게 팔자 의료 불신이 높아졌다.

의료보험도 부실한 형편이다. 지방 거주자 8억명 중 90%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도시의 경우 자영업자, 실업자, 사기업 종업원, 노인의 45%가 미가입자다.

또한 중앙집권 시절에는 전염병 보고나 대책이 전국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이뤄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도시와 지방병원, 공립과 개인병원 등의 협력 체제도 취약해졌으며 이 때문에 전염병이 발생하면 급속도로 확산됐다.

중국 당국은 현재 의약분업을 핵심으로 하는 의료 개혁을 희망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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