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첫 시가전 격돌…이라크 반격 역부족

  • 입력 2003년 4월 6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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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현지시간) 미군이 바그다드 시내로 전격 진격하자 이라크군과 민병대의 저항은 지난 수일간과 달리 격렬한 편이었으나 전황에 큰 변수가 되지는 못했다.

진격 전날인 4일에는 미군의 무인정찰기 프레데터가 12시간 동안 바그다드 상공을 비행했다. 이어 5일 오전 8시53분 미 제3보병사단 예하 제2기갑여단의 M1에이브럼 탱크와 M2브래들리 장갑차 등 40여대가 열을 맞춰 빠른 속도로 바그다드 남부 다우라 지역을 통과해 8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진했다.

시내로 다가가자 곧 격렬한 저항이 시작됐다. 이라크군은 거리와 숲, 고속도로 옆 등 곳곳에서 미군 행렬에 로켓 발사식 수류탄과 기관총을 퍼부었다. 심지어 대공포를 직격탄 식으로 발사하기도 했다. 미군 탱크와 장갑차들은 도로 양쪽의 이라크군 진지로 화기를 뿜어댔다.

미군 행렬은 공화국 수비대 진지는 물론, 민간인 복장을 한 비정규군과도 여러 차례 맞닥뜨렸다. 자살폭탄 차량으로 추정되는 여러 대의 민간 차량이 질주하며 달려오다 미군의 가차없는 발포로 뒤집어지기도 했다. 치열한 교전 속에 미군 M1탱크 한 대가 대파하며 연기를 뿜으며 멈췄다. 적십자 표시가 있는 2대의 M13 장갑차가 다가가 부상자를 수습했다. 미군은 이 탱크를 견인해 가려다 여의치 않자 폭파시켰다.

작전 후 부대로 돌아온 대니얼 톰슨 병장은 뉴욕 타임스 기자에게 “이라크인 1명이 수류탄 공격을 가하려고 했으나 총에 맞아 거꾸러졌다. 그의 다리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조지프 아이엘로 하사는 “우리 탱크는 쉬지 않고 달렸다. 갑자기 충격을 느끼기도 했으나 흔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상당수의 이라크군이 민간인 속에 섞여 총을 쏘기 힘들었다. 이라크인들 일부는 달아났고 일부는 흰 천을 흔들거나 손을 위로 치켜들었다”고 말했다. 한 장갑차 운전병은 “길가에 시체가 널려 있었다. 셀 수 없을 정도였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미군 행렬은 시내 중심부에서 8㎞ 떨어진 움 알 타불 광장 부근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꺾은 뒤 사담 국제공항으로 들어갔다. 낮 12시경이었다. 3시간여에 걸쳐 40여㎞를 달린 것.

같은 시각 바그다드 남동부 교외에 포진한 미 제101 해병대 수천명은 교외 주택가와 상업지역에서 수색작전을 벌였다. 요르단과 이집트 등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아랍권 의용병들과 늪지대에서 개인화기에 대검을 끼운 채 수차례 근접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미 해병 3대대의 매코이 중령은 “그들은 순교를 강요당한 지하드(성전)대원 같았다”고 말했다.

이라크군은 이날 시내를 침탈하려 한 미군을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담 공항에서 벌어진 교전에서 미군 300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군은 미군이 다시 ‘침탈’해올 것에 대비, 남쪽으로 이어진 주요 도로에 탱크와 야포를 증강 배치하고 특수 민병대인 사담페다인 부대원을 배치하는 등 본격 시가전 준비에 나섰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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