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砂발원지를 가다]<上>중국 서북 사막지대

  • 입력 2003년 4월 6일 18시 04분


《흔히 황사의 발원지로 사막만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발원지는 훨씬 넓다. 한중 황사 조사연구단이 이번에 답사한 중국 서북의 텅거리·바단지린 사막, 광활한 황토고원, 중부 네이멍구 건조지역과 함께 주변의 광대한 반초원지대에서도 황사가 날아온다. 특히 커얼친 사막 등 만주에서 사막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어 앞으로 한반도의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은 지난달 6일 베이징과 란저우시를 거쳐 중국 서북 사막 지대와 가장 가까운 마을인 간쑤(甘肅)성 민친(民勤)현에 도착했다. 늘 모래 바람이 부는 지역이라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주민 2명 중 1명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민친현에서 소형 버스를 타고 서북쪽으로 두어 시간을 달리자, 길 옆의 풀들이 눈에 띄게 듬성듬성해졌다. 대표적인 황사 발원지인 텅거리 사막에 들어선 것이다. 차는 울퉁불퉁한 흙길 탓에 제 속도를 못 내며 뒤뚱거렸고, 그때마다 기자의 몸은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버스가 1시간을 더 달리자 흙길마저 완전히 끊기고, 거대한 모래사막이 펼쳐졌다. 크고 작은 모래언덕이 구름처럼 굽이굽이 누런 바다를 이루며 버스를 감쌌다. 차에서 내리자 얼굴을 못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모래가 허공에 흩날리며 얼굴에 부딪혔다. 순식간에 시야가 누렇게 변했고 먼 곳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입안에서는 모래가 씹혔다. 모래언덕에 올라가려고 발을 디디면 바닥이 힘없이 무너지며 무릎까지 모래 속에 파묻혔다.

황사 발원지인 중국 서북부 텅거리사막 한가운데에서 한중 황사조사연구단이 동아일보사 사기를 들고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모래언덕을 오르고 있다. -텅거리사막(중국)=전영한기자

마침 한 주민이 당나귀를 몰며 사막 가운데서 걸어오고 있었다. 이름을 펑인시우(彭銀秀·50·여)라고 밝힌 그 주민은 사막 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에서 양을 치다 오는 길이었다. 팽씨는 이곳에서 태어나 쭉 살아왔다고 했다. 그러나 오래 전 마을 주민들이 많이 떠났고 남아 있는 사람들도 2명 중 1명은 떠날 계획이라고 한다. 펑씨는 “물도 부족하고 특히 매년 불어오는 황사와 모래바람 때문에 아주 고통스럽다”고 했다.

바람이 그치고 해가 질 무렵에 본 사막은 뜻밖으로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하고 고요했다. 그러나 봄만 되면 이곳에서 불어온 황토와 모래가 동아시아를 ‘황사’라는 이름으로 덮친다. 특히 2001, 2002년 두 해 동안 황사의 강도가 크게 증가했고, 중국에서 황사 발원지인 사막이 최근 급격히 넓어지고 있어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텅거리 사막에 가기 앞서 조사단은 이틀 전 베이징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북에서 가장 큰 도시인 간쑤성 란저우(蘭州)시로 갔다. 비행기가 공항에 내릴 때 조사단은 창문 밖으로 내다본 풍경에 충격을 받았다. 약 1500m 높이의 고원지대인 그곳은 누런 민둥산 일색이었다. 사막과는 또 다른, 끝없이 계속되는 누런 바다였다.

비행기에서 내려 한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란저우 시내로 가면서 창 밖으로 민둥산을 계단처럼 깎아 나무를 일렬로 심어 놓은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최근 중국 정부가 황사를 막기 위해 벌이는 조림사업이었다. 그러나 공항에서 만난 현지 가이드 리화(李華)는 “이곳 속담에 ‘돈 써서 땔감 심는다’는 말이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는 애써 심은 나무가 부족한 강수량 때문에 대부분 잘 자라지 않고 쉽게 죽는다고 한다.

나무가 없어 속살이 다 드러난 민둥산은 가까이에서 보면 흙더미를 그대로 쌓아 놓은 듯 불안해 보였다. 건조한 날씨에 바짝 말라붙은 흙들은 조금만 건드려도 쉽게 허물어졌다. 흙덩이를 손에 쥐고 비비면 황토가 고운 가루처럼 바람에 흩날렸다.

건조한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되면 이런 황토나 사막의 모래에 따뜻한 햇살이 비쳐 땅에서 상승 기류가 생겨나고 흙 알갱이가 하늘로 올라간다. 마침 이곳에는 봄이 되면 나무가 뽑히고 사람이 서 있기도 어려운 초속 20m 이상의 편서풍이 분다. 흙과 모래는 이 바람을 타고 5000m 높이까지 올라가 중국 동부, 한국, 북한, 일본, 몽골을 위협하고 태평양 너머 미국까지 날아간다.

올해는 겨우내 황사 발원지에 눈이 많이 와서 아직 작년만큼 심한 황사가 오지 않았다. 그러나 날이 따뜻해지면 큰 황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란저우시 한대 및 건조지역 환경연구소의 둥즈바오(董治寶) 박사는 “중국 정부가 사막화 방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만 아직은 사막화 속도가 더 빨라 2020년까지는 황사도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텅거리사막(중국)=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발원지’ 네이멍구-서북지역의 소수민족들▼

중국의 황사 발원지인 네이멍구와 서북 지역에는 다양한 소수 민족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소수민족은 중국에서 빈곤과 동의어이며, 황사가 재난이 된 후에는 과도한 개간과 방목으로 사막화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네이멍구 동북 산지의 민족들은 원래 수렵 생활을 해왔다. 이들은 “우리는 대삼림의 주인, 곰, 노루, 사슴은 너무 많아 다 잡을 수 없다”는 사냥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이제 ‘농민’으로 변해 버린 이곳 주민들은 산지를 개간할 때 노동요로 이 노래를 부른다.

네이멍구 초원에서는 초지가 일반 경작지와 마찬가지로 개인에게 분배되었다. 유목민 생활을 했던 이들은 정착해 양치기나 농민이 되었다. 이곳에서는 만취 상태에서 질주하는 오토바이나 차량을 볼 수 있었는데, 이것이 말을 잘 다루는 몽골족 특유의 ‘초원의 혼’ 때문인지 아니면 전환의 고통에서 오는 ‘아노미 상태’ 때문인지 분간되지 않았다.

간쑤성 지역은 한무제 때 서사군(西四郡)이 위치했던 전략적 요충지이며 실크로드가 지나던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 중에 유난히 마(馬)씨가 많았는데, 이는 ‘마호메트(무하마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름이 한자식으로 바뀌었듯이, 곳곳에 눈에 띄는 이슬람 사원의 지붕도 동글동글한 것보다 기와로 지은 것이 많았다.

더 서쪽으로 가면 삼장법사와 손오공의 전설이 서린 신쟝의 타클라마칸 사막이 있다. 타클라마칸은 ‘한 번 들어가면 못나온다’는 뜻이다. 삼장법사는 이 사막을 불심으로 통과했지만, 그가 머물러 간 불교 사원들은 지금 모래 속에 묻혀 있다. 물과 하천을 잘못 관리한 탓이다. 그러나 그 중에는 건조한 기후 덕에 박물관에 있는 것보다 보존 상태가 좋은 것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네이멍구와 서북지역의 하천들은 대부분 황허에 합류하지 않고, 사막 가운데서 물길을 다하며 사라진다. 장전불교(라마교)와 이슬람교를 믿는 이곳 주민들은 중국의 중심인 베이징이 아니라 서쪽인 라싸 혹은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한다. 이들의 마음을 톈안먼 광장으로 돌리는 데는 많은 갈등과 분쟁이 뒤따랐고, 그 결과 이들은 일종의 ‘분단 민족’이 되었다.

돼지고기를 높이 치는 한족과 달리 무슬림과 몽골족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거나 선호하지 않는다. 한족이 이주해 오면서 돼지 수가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이곳의 소수 민족들은 부족한 땔감을 보충하기 위해 쇠똥을 말려 연료로 사용하면서도 아무리 급해도 돼지똥은 사용하지 않는다. 비록 전환기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가난할지라도 긍지와 자존심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이강원 교수·전북대 사회교육학부

▼한중 황사조사연구단▼

■한국 연구진(괄호안은 전공)

○ 최진호(崔鎭昊)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한국측 단장)

○ 장호(張昊) 전북대 사회교육학부 교수(지형학)

○ 손일(孫一) 경상대 사회교육학부 교수(수문학)

○ 주성재(周成載)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경제지리 및 지역개발)

○ 남궁곤(南宮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제정치학)

○ 박인성(朴寅星)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중국 국토·토지정책)

○ 이강원(李康源) 전북대 사회교육학부 교수(중국 사회지리학)

○ 전영신(全映信) 기상청 기상연구소 연구관(대기과학 및 기상학)

○ 홍종호(洪鍾豪)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환경경제학)

○ 원동욱(元東郁) 베이징대 박사(국제 환경협력)

○ 홍용표(洪鎔杓) 한양대 정치외교학과(남북관계)

■중국 연구진

○ 두핑(杜平) 국가발전계획위원회 국토개발 및지역경제연구소장(중국측 단장)

○ 왕칭윈(王靑云) 〃 부연구원(지역경제학)

○ 천룽구이(陳龍桂) 〃 부연구원(자원경제학)

○ 허카이리(何開麗) 〃 부연구원(환경경제학)

○ 가오지시(高吉喜) 중국환경과학연구원 소장(환경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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