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인간방패’ 배상현씨 한국 국적포기 파문

  • 입력 2003년 4월 3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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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반전평화팀 배상현, 오김숙이, 임영신씨(왼쪽부터)가 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앞에서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포스터와 항의서한을 들고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면회실로 가고 있다. -김경제기자
이라크반전평화팀 배상현, 오김숙이, 임영신씨(왼쪽부터)가 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앞에서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포스터와 항의서한을 들고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면회실로 가고 있다. -김경제기자
이라크전쟁 개전 후 바그다드에서 ‘인간방패’로 활동했던 한국인 3명 중 배상현씨(27)가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요르단 암만에서 반전평화운동을 펼치던 임종진(36), 영신씨(34·여) 오누이도 함께 왔다.

배씨와 임영신씨는 귀국 직후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적 포기를 선언해 파문이 일었다.

이들은 “무고한 시민을 죽이는 야만적인 전쟁에 동조하는 한국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국적을 포기하기로 했다”며 “한국군 파병이 이뤄질 때 우리를 받아들이는 나라로 망명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국적포기 선언 직후 네티즌 사이에는 논쟁이 거세게 일었다.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의 홈페이지(iraqpeace.ngotimes.net)에는 “국적 포기를 꼭 해서 인간방패의 참 모습을 보여달라” “부모님과 다른 의견이 생기면 호적도 파내 갈 것인가” 등의 찬반이 엇갈리는 글이 잇따라 올랐다.

이들은 국적 포기 선언을 한 뒤 파병 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이날 청와대를 방문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바그다드에서 한상진(38) 유은하씨(28) 등과 함께 반전활동을 펼쳤던 배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쟁의 참혹상을 생생히 전했다.

그는 “미군들의 무차별 폭격으로 실명하거나 온몸이 갈기갈기 찢긴 채 울부짖는 어린이들을 병원에서 많이 목격했다”며 “민간인 학살을 일삼는 추악한 전쟁에 한국이 동조하게 돼 이라크 국민에게 죄를 지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바그다드에 들어갔던 배씨는 개전 직후 시 외곽 북부지역 변전소와 정수장 등에서 인간방패 역할을 하다 일본 폴란드 등에서 온 국제이라크평화팀(IPT) 25명과 함께 시내 알파나르 호텔에서 지냈다. 이후 전장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바그다드를 빠져나와 지난달 30일 암만에 도착했다.

임영신씨는 “이라크와 요르단에서 활동 중인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은 이라크 난민들을 돕고 전후 복구작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팀장인 한상진씨는 바그다드에서 추방돼 현재 암만에 머물고 있으며 유은하씨는 아직 이라크에 남아 있다.

또 박기범(31·동화작가) 신성국(43·신부) 서의윤씨(24·대학생) 등 3명은 암만에서 바그다드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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