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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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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때문에 중동에서 미국이 보게 될 외교적 실리적 손실을 만회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항의해 외교관직에서 물러난 존 브래디 키슬링(45·사진)이 미국 대학을 돌며 이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지가 전했다.
그리스 주재 미국대사관 정무참사관으로 일하던 그는 2월 말 사표를 낸 후 하버드대,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 스탠퍼드대, 조지타운대 등에서 잇따라 강연을 갖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으며 결국 미 의회를 속였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은 반전 평화주의자가 아니라면서 반전집회 등에 연사로 와달라는 초청은 거절했다.
1991년 걸프전을 지지했던 그가 이번 전쟁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외교관으로서 미국의 태도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 그는 지난해 10월 한 파티에서 만난 그리스인 친구로부터 “미국이 곧 전쟁을 벌일 텐데 그것은 끔찍한 범죄”라는 비난을 듣는 등 미국의 전쟁 의도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민주적 과정은 잘못을 스스로 고쳐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고 끝나는 그의 사직서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키슬링씨에 이어 유럽에서 근무하던 외교관 존 브라운, 주 몽골 대표부의 부대표 메어리 라이트가 지난달 미국의 이라크 및 북한에 대한 정책에 항의해 사표를 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하원의원 참전 신청▼

미국의 현직 하원의원이 이라크전에 현역으로 복무하겠다고 신고했으나 국방부가 이를 거부했다고 AP통신 등이 1일 전했다.
공화당 하원의원(인디애나주)이자 예비역 중령인 스티브 부여 의원(44·사진)은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전쟁 발발시 군법무관으로 복무하겠다”며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으로부터 무기한 휴가를 받아 고향에 머물며 부대 배치를 기다려왔다. 그는 1991년 1차 걸프전 때 포로수용소의 법률 고문으로 복무했다.
국방부는 부여 의원에게 편지를 보내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의지를 높이 평가하지만 하원 의원이라는 지위와 전장의 환경을 감안할 때 당신과 지원 인력의 안전이 위협당할 우려가 있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1차 걸프전 때도 당시 하원의원이던 톰 카퍼(민주·델라웨어) 현 상원의원이 참전하겠다고 신고했지만 딕 체니 당시 국방장관이 거부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현직 의원들이 의원직을 유지한 채 참전하는 사례가 이어지자 1942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은 현직 의원의 참전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10여명의 의원은 의원직을 포기하고 참전했으며 린든 존슨 당시 하원의원(제36대 대통령)은 반대로 해군 예비역 장교직을 사임하고 하원에 남았다. 이후 60년간 현직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한 채로 참전한 사례는 없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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