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방패' 배상현씨 “매일밤 폭격에 마지막 아닐까…”

  • 입력 2003년 3월 23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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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30분 공습이 시작되었다. 변전소 옥상으로 올라갔다. 아침을 깨우는 포탄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40여대의 미 전투기가 미사일을 뿌려댄다. 이라크 쪽의 대공포 대응도 있다. 곧 이곳으로 닥칠 거라며 이곳 관리인들이 방공호로 들어가며 (나를) 부른다. 폭격은 1시간가량 계속되었다.”(20일 오전 1시)

이라크 바그다드시에 머물고 있는 ‘인간방패’ 배상현씨(27·경남 마산시 석전동·사진)가 자신을 파견한 마산시의 ‘열린사회 희망연대’에 e메일로 현지 소식을 전했다.

23일 열린사회 희망연대가 공개한 e메일(22일 오후 8시10분 도착)에서 배씨는 21일 밤 3차 폭격 당시 화염에 휩싸인 바그다드의 모습을 전했다.

배씨는 전쟁이 시작돼 전쟁을 막겠다는 인간방패로서의 의미가 사라진 만큼 변전소에서 빠져나왔는데 당시 함께 있던 기무라와 다나카 등 일본인 2명과 세르지오(아르헨티나인), 아르투르(폴란드인) 등 4명은 계속 남았다며 변전소에서의 활동 상황을 설명했다.

“알파나르 호텔로 와서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폭격이 시작되었다.(20일 오후 9시2분) 30분 가까이 폭격이 있은 뒤 멈추었다. 유리가 깨질 듯 흔들리고 사람들은 부산하게 움직였다. 언제일지 모를 폭격 때문에 잠을 청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또 매일 밤 평화 평등 기도와 함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친구와 지인들의 이름을 마음 속으로 되뇌며 잠을 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열린사회 희망연대는 “23일 오후 배씨가 묵고 있는 알파나르 호텔측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배씨를 비롯해 이라크 바그다드에 머물고 있는 한상진(38), 유은하씨(28) 등 한국인 3명이 22일 밤 바그다드 외곽 정수장에서 ‘인간방패’ 활동을 벌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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