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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3월 20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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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은 미국이 21세기 국제질서를 이끌어갈 능력이 있는지를 검증받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 핵심은 미국이 추구하는 국가이익과 국제사회의 다양한 이해를 어떻게 조정해 조화로운 신질서를 이끌어 내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유엔의 동의나 국제 공조 없이 치르는 이번 전쟁은 앞으로 미국의 행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쟁은 목적이 단순할수록 국제연대의 구성과 승리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이라크전쟁을 세계 에너지질서를 재편하여 ‘팍스 아메리카나’의 토대를 다지려는 대전략의 서막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중국은 미국이 경제성장이 진전될수록 더욱 취약해지는 에너지 수입구조를 겨냥한다는 위기의식에 젖어 있다. 러시아는 NATO 확대와 아프가니스탄전쟁 과정에서 중동부 유럽과 중앙아시아에 건설된 미군 기지들을 유라시아 남부에서의 국익 확대를 차단하는 쐐기로 인식한다. 프랑스는 이라크 유전개발권이 미국계 석유 메이저들에 넘어갈 경우 야기될 석유 수급질서의 미국화를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와 함께 이라크의 유전개발권이 상당부분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도 심각한 고려 요인이다. 나아가 프랑스는 아프리카 지역의 영향력 상실도 우려하고 있다. 아직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사하라사막 이남의 자원매장지대에 걸쳐 있는 30여개 국가들에 대해 군사원조를 제공하고 있음을 짚어보면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한결같은 반대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이라크전쟁은 냉전 종식 이후 경제적 이익이 국가안보전략의 실질적 동인으로 자리매김하는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라크전쟁 이후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의 소규모 질서 재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고, 뒤이어 카스피해를 둘러싸고 미국 주도의 거대게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이라크전쟁이 종료되면 세계의 관심은 북한 핵 문제의 해결로 돌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체로 이라크전쟁이 어떻게 종료되는가에 따라 북 핵 문제의 해법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수준의 파장이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만큼 이라크전쟁이 간단히 마무리되기는 어려운 다층복합적인 분쟁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사태와 북한 핵 문제는 공교롭게도 10년 주기를 두고 다시 불거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10년 전과 현저히 다른 게 있다. 바로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미국의 결연성이다. 그런 관점에서 북핵을 현실적으로 인정한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는 역설적으로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대한 결연한 의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반대했던 전쟁이 진행되는 이 순간 독일과 프랑스는 전후처리 문제와 대서양동맹의 회복을 향해 다시 움직일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필요한 미국의 역할을 고려할 때 계속 미국의 발목을 잡고만 있을 처지는 아니다. 이라크전쟁을 둘러싸고 나타났던 국가간 갈등의 해결이 북 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강국들간의 대타협으로 이어질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머리를 모아야 할 시기인 듯하다.
김재두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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