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식업체 창업자 줄줄이 퇴진…경영실적 악화 부담

  • 입력 2003년 3월 7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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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장기불황으로 외식업체의 수지가 나빠지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년간 경영 현장을 지켜온 창업자 사장들이 잇따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창업자 퇴진 이유에 대해 대부분 ‘건강상의 문제’ ‘후진 양성을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굴지의 외식업체 체인인 일본 맥도널드의 창업자 후지타 덴(藤田田·76) 회장은 28일 주주총회를 끝으로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고 맥도널드측이 6일 발표했다.

후지타 회장은 1971년 일본 맥도널드를 창업한 뒤 32년간 사장과 회장을 지내면서 점포 수를 3870개까지 늘리는 등 맥도널드를 일본 외식업계의 정상에 올려놓은 인물. 맥도널드측은 연령과 체력상의 문제를 고려해 은퇴를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후지타 회장의 장남도 함께 이사직에서 물러난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지난해 영업 부진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본 맥도널드는 2002년 12월 기준결산 결과 23억엔의 적자를 기록해 73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맥도널드는 매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햄버거 가격을 59엔(약 590원)까지 낮추는 가격 파괴를 실시했지만 성과가 별로 없자 최근 햄버거 값을 다시 올렸다.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햄버거 값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만 자초했을 뿐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유명한 패밀리레스토랑 체인인 ‘스카이락’의 지노 다스쿠(芽野亮·68) 최고고문 등 창업멤버 4형제도 경영 일선에서 함께 물러나기로 했다.

이들 4형제는 41년 전 창업 당시부터 “물러날 때는 같이 물러나고, 자식대에 세습은 하지 말자”는 다짐을 이번 퇴진으로 실천했다. 이들은 창업자의 동시 퇴진을 통해 회사 내부의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식업계에 미국식 경영기법을 도입해 47년간 사장 회장 등을 역임한 로열의 에가시라 고이치(江頭匡一·80) 이사도 80세 생일에 맞춰 주주총회를 열어 퇴임하기로 했다. 오래전부터 80세 때 은퇴하겠다고 밝혀온 그는 상담역으로 남아 회사 경영의 자문역을 할 계획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창업자들의 퇴진은 점포 확대 위주의 미국식 경영전략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업계는 최근 외식업체의 체인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중저가 음식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지고 소비자들의 취향도 바뀌면서 전후 고도경제 성장기의 소비 패턴에 익숙한 고령의 창업자들이 새 흐름을 따르는 데 역부족을 느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점포의 개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외식업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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