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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23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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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는 이미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요르단에서 들어가는 국경검문소는 취재에 나선 외신기자들과 이라크 현지에서 인간방패를 형성하기 위해 입국하는 반전단체 회원들로 북적댔다. TV에서는 이라크 군인들의 강도 높은 훈련 장면과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대미 항전 독려 뉴스가 계속 방영됐다.
그러나 막상 바그다드는 겉보기에 ‘태풍의 눈’처럼 조용했다. 동요나 소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생필품 사재기’같은 움직임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만나 본 시민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관광업체 부사장인 케림 아흐메드(50)는 “일단 전쟁이 터지면 바그다드 시민들은 피란이 불가능하다”며 “바그다드 외곽의 검문소들을 막아버리면 그 밖의 통로는 사방이 돌투성이인 끝없는 황무지이기 때문”이라고 노을이 지는 곳을 가리켰다. 또 한 시민은 “후세인 대통령이 ‘바그다드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시민들과 함께 시가전을 벌일 것이라는 다짐”이라며 “우리 모두 항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비장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바그다드 시내 총포상마다 총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상당수 바그다드 시민은 상황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충돌 궤도에 들어섰다고 느끼고 있는 듯했다.
바그다드(이라크)=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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