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 시장경제 뿌리내린다…私기업 132만개

  • 입력 2003년 1월 19일 17시 51분


‘사영(私營)기업이 뜨고 있다.’

중국 경제를 떠받쳐 온 국가소유 기업(국유기업)이 과도한 고용 및 사회복지 부담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사영기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회주의의 뼈대를 이뤄 온 국유기업이 환골탈태하지 못할 경우 중국경제의 체제 논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들은 18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제2차 전국 기본단위(單位) 조사’를 인용해 2001년 기준 처음으로 사영기업이 국유기업 수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작고한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노선을 채택, 사영기업 설립을 부추긴 지 23년 만의 일이다.

▽국유기업 추월=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2001년 말 기준 전국의 기업 302만6000개 중 사영기업이 132만3000개(43.7%)를 차지해 국유기업 36만9000개(12.2%)와 집체(集體)기업(주로 지방정부 등이 집단으로 소유하는 기업) 85만8000개(28.3%)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주즈신 국가통계국장은 “1996년 1차 조사 이후 5년간 기업 법인은 154만5000개 늘어났으며 이 중 61%를 사영기업이 차지, 처음으로 사영기업 수가 국유기업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영기업은 지난 5년간 △연 평균 24.5%씩 수가 늘었고 △고용인력은 연 평균 31.6%, 자본금은 연 평균 35.8% 증가했으며 △2001년 현재 영업수익은 1996년에 비해 6.8배로 커졌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분야가 1996년에 비해 줄어든 반면 도매 무역 요식업 변호사 회계 등 서비스업 분야는 급증해 중국 산업고도화를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국유기업의 점유율은 전체 기업 법인의 12.2%로 크게 낮아졌지만 아직도 광산 석유화학 제련 전력 천연가스 철도 금융 보험 등 국가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종업원도 사영기업의 2배에 가까운 5056.8만명(30.6%)을 고용하고 있다.

▽위상 높아지는 사영기업주들=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본사를 둔 신시왕(新希望)그룹은 중국 내 유일한 민영은행인 민성(民生)은행을 거느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류융하오(劉永好)그룹 총재는 전국정협상임위원과 전국사료공업협회 부회장을 맡는 등 경제계의 실력자로 부상했다.

롄샹(聯想)그룹은 중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조차 경계하는 기술력을 과시한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완샹(万向)은 거대 국유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중국 500대 기업’에 선정됐으며 이미 전 세계 40개국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같은 위상을 반영, 중국 정부도 지난해 11월 16차 공산당 전국대표자대회에서 사영기업주의 당 영입방침 등을 처음으로 공포하고 최근 그동안 금지했던 회사채발행도 허용키로 하는 등 대대적인 사영기업 육성 방침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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