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우스웨스트항공 9·11이후 중단 ‘기내쇼’ 부활

  • 입력 2003년 1월 14일 23시 58분


코멘트
볼티모어발 워싱턴행 사우스웨스트항공 638기 내.

승무원이 승객들을 상대로 ‘이색 안내방송’을 열심히 하고 있다.

“자, ‘성인 성녀’들은 다소곳이 앞자리에, ‘죄인’들은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주세요. 여러분들은 딱 한시간만 이곳을 임대한다는 점을 잊지 마시고 다들 얌전히 계셔야 합니다.”

이윽고 비행기가 이륙하고 승무원의 만담은 계속된다.

“기내에서 담배를 피우시면 벌금 2000달러입니다. 이 돈이면 델타(사우스웨스트의 경쟁사)를 탈 수 있어요.”

딱딱한 표정의 승객들 얼굴에 웃음이 번지고 조용했던 기내에 이야기꽃이 피기 시작했다.

테러의 공포로 얼룩졌던 미 국내선에 다시 웃음이 찾아왔다. 3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사가 바로 그 주인공.

월스트리트 저널(13일자)에 따르면 이 항공사는 ‘사우스웨스트 조크’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승객을 상대로 기내에서 벌이는 코미디, 분장 쇼 등으로 유명했다.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유머도 함께 판매한다’는 이 같은 경영전략은 큰 호응을 얻어 매년 8% 이상의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그러나 9·11테러 이후의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해 모든 기내 쇼를 취소했던 것.

그러나 사우스웨스트는 추가 테러에 대한 공포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웃음’밖에 없다는 쪽으로 수정해 1년2개월 만에 지난 추수 감사절부터 다시 기내 쇼를 시작했다. 4년 경력의 한 승무원은 “비행기를 탈 때마다 모두가 공포에 떤다면 바로 그게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것”이라며 “웃음의 힘은 위대하다”고 말했다.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