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생화학테러에 무방비”

  • 입력 2003년 1월 14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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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서 지난주 맹독성 물질 ‘라이신’을 소유한 테러 용의자 7명이 체포되면서 서유럽을 겨냥한 테러조직의 생화학무기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14일 보도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별로 생화학 테러에 대처할 전문인력이나 약품, 장비, 치료시설이 충분치 못해 테러 발생시 회원국간 협력이 필수적인데도 EU 내에서는 협력의 필요성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많은 회원국이 테러 대비 실태를 국가기밀로 분류하고 있어 현황 파악조차 쉽지 않다.

9·11테러 이후 EU 본부에 생화학무기에 공동 대비하기 위한 ‘감시 및 정보 센터’가 설치됐지만 16개월 동안 사실상 활동이 정지된 상태. 테러 움직임의 감시를 위한 필수 신경망인 컴퓨터 시스템은 예산 배정이 늦어져 이르면 내년 중반에야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는 21명의 인력이 각국의 병원과 팩스나 전화로 정보를 주고받는 수준이다.

그러나 회원국간 통일된 구호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협력을 한다고 해도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가 많다고 신문은 전했다. 최근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6개국이 가상 경기장 테러 진압훈련을 실시한 결과 각국의 기술용어가 다른 데다 명령체계도 제각각이어서 상황 진압에 장애가 많았다는 것이 실무진의 분석.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공동 소방훈련에서는 소방호스를 끼우는 장비가 서로 달라 훈련을 진행시키기 힘들 정도였다는 것.

전문가들은 “영국 라이신 사건은 생화학무기가 적은 돈으로 매우 쉽게 제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EU가 이에 무방비 상태인지 일깨워줬다”며 “지금 같은 주먹구구식 대비책을 체계화하지 않으면 실제 생화학 테러가 발생할 경우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0일 서유럽의 한 도시가 조만간 화학무기나 비(非)재래식무기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테러 위험이 높아지면서 최근 EU의 비상회의 소집도 검토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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