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리비아 최고통치자 “후세인 망명처 제공說 사실무근”

  • 입력 2003년 1월 12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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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다음으로 ‘손볼’ 국가지도자 중에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 통치자가 포함돼 있다. 그는 1988년 미국 팬암 여객기 폭파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테러 지도자’다. 게다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를 대신 숨겨주고 있으며, 앞으로 후세인 일가가 망명할 경우 망명지를 제공해 줄 인물로 꼽히고 있다.

그는 그러나 시사주간 뉴스위크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들을 전면 부인하고 오히려 “국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 소탕을 위해 미국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음은 뉴스위크 최신호(20일자)에 실린 ‘과거의 악의 얼굴’이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 요약.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슬람 세계에선 예언자로 통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위협이 되고 있다. 이슬람 근본주의는 이 지역 어떤 정부에도 위협이다. 알 카에다는 나를 암살하려 한 적도 있다. 미국이 이들이 활개칠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

―당신은 알 카에다에 대한 정보들을 미국에 주고 있다던데….

“리비아와 미국은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미국 영국 내에는 리비아 출신 테러리스트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일소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후세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그를 잘 안다. 그는 합리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그는 현재 서방에 위협이 되지 않고 있다. 나는 후세인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점들이 있다. 이란이나 쿠웨이트와의 전쟁이 그렇고,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을 공격한 것이 그렇다.”

―당신이 후세인 대통령 일가의 피란처를 리비아에 마련해 줄 것이라던데….

“그런 걸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그의 가족은 이라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미국이 공격한다면 그 일가는 어디에서도 피란처를 찾지 못할 것이다.”

―그에게 충고할 게 있다면….

“그는 사찰단에 대해 국가의 모든 걸 개방했다. 그가 뭘 더 할 수 있단 말인가. (미국이 더 몰아붙이면) 그는 벽을 등진 채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리비아는 핵무기 등 WMD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는 미쳤다. 우리는 그가 미국 대통령이 안된 게 유감이다. 우리는 WMD를 가질 필요가 없다. 개발할 돈도 없다.”

―당신은 80년대부터 국제테러의 배후로 지목돼 왔는데….

“테러가 아니라 제3세계 해방운동의 지도자였다. 넬슨 만델라, 삼 누조마를 지원했다. 이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미비아의 대통령이 돼 미국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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