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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9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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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코언 전 미 국방장관은 7일자 워싱턴 포스트 칼럼에서 “주한 미군이 철수하면 동북아 지역에 힘의 공백이 생기고 지역 불안정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군이 철수하면 중국이 힘의 공백을 차지하려 할 것이고 그러면 일본은 핵무기 자체 개발로 중국에 맞설 것이며 인도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영향력 확장에 나설 것”이라며 “이 같은 불안정성과 군사적 충돌 잠재성이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은 심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5일자 뉴욕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중국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자신의 군사력을 과시하려 할 것이며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계속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실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군사 외교적 측면에서 주한미군이 갖는 전략적 가치는 예전에 비해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는 게 워싱턴 외교 전문가들의 주된 견해다.
미군의 한반도 주둔이 갖는 심대한 상징성, 즉 “주한미군의 존재가 북한은 물론 중국의 정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동북아 정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데 있어 중심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미국 내 지도급 인사들의 인식에 큰 변화는 없는 상태다.
데니스 블레어 전 미 태평양 사령관은 “태평양을 건너오는 시간을 감안하면 하와이나 샌디에이고에 있는 병사 한 명보다 한국이나 일본에 있는 한 명이 훨씬 더 중요하다. 북한의 위협이 사라진다 해도 미국은 아시아지역의 위기상황에 대비해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자국의 전략적 이익보다 ‘반미 시위’ 등의 감정적 요소를 주한미군 철수 여부에 대한 판단의 우선 순위에 둘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가 기사의 말미에 덧붙였듯 한국이나 일본에서 일고 있는 반미 시위 등의 영향으로 해외 주둔 미군의 철수 논란이 의회로 번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워싱턴 포스트는 8일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주한미군의 철수론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미군철수땐▼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게 1990년대 초 필리핀 주둔 미군의 철수다.
미국에 필리핀 기지는 유사시 인도차이나 반도에 개입하기 위한 교두보인 동시에 한국 일본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삼각 안보 체제의 한 축이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 종전 이후 상대적으로 전략적 중요성이 감소된 게 사실이었다.
미국은 1901년에 수비크만 해군 기지를 설치한 이래 1947년 필리핀 내 미군기지를 임대료 없이 99년간 사용한다는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 수 차례의 개정을 거치는 와중에 필리핀 내 자주 국방 여론과 반미 시위가 거세졌다.
1991년 완전 철수 전에 미국과 필리핀은 기지 협상을 통해 클라크 공군기지 완전 반환, 수비크만 해군기지 10년 사용 기간 연장 등에 합의했지만 필리핀 의회는 완전 철수를 고집했다. 특히 1991년 6월 피나투보화산 폭발로 클라크기지와 수비크만기지가 피해를 보자 2만명 이상의 미군과 가족이 철수했다. 당시 아시아 지역 국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아시아에 대한 관여를 줄임으로서 힘의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으며 미국은 철군한 미군 대부분을 싱가포르 일본 등 태평양 지역 기지들에 재배치해 공백을 최소화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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