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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31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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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보다 사람〓미국 정부기관과 모토로라 후지쓰 등의 기업을 해킹했던 전설적인 해커 케빈 미트니크는 2000년 미 의회에서 “해킹하는 데는 전문적인 컴퓨터 기술을 쓸 필요가 거의 없었다”고 증언했다. 사람을 ‘구워삶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스템에 침입할 수 있었다는 것.
조사기관인 ‘펜타세이프 보안기술’은 최근 영국 사람의 ‘보안 의식’에 대해 재미있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런던 빅토리아역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볼펜 한 자루씩 주면서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물었더니 응답자의 3분의 2가 주저하지 않고 알려주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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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영국 회사원들은 절반 이상이 자신의 이름을 암호로 사용하고 있었다. 메모지에 각종 ID와 비밀번호, 계좌번호 등을 줄줄이 적어 컴퓨터 옆에 붙여 놓거나 자료가 잔뜩 들어 있는 노트북컴퓨터를 아무데나 두고 다니는 경우도 흔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직원들이 점심시간에는 로그아웃을 하도록 하고 비밀번호를 신경써서 만들게 하는 등 단순한 조치만으로도 보안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차세대 보안기술도 허점투성이〓미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생체인식 시스템도 신통치 않다. 요코하마국립대학 보안연구소의 조사 결과 젤라틴으로 만든 가짜 손가락으로 80%가량의 지문인식기를 무사 통과할 수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젤라틴은 식용이어서 침입 후 먹어버리면 증거까지 완전 인멸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즉석사진을 이용하는 ‘얼굴 인식’은 9·11테러 이후 공항 검색대 등에 도입이 검토되고 있지만 인식기가 제대로 판별하는 비율은 51%에 불과하며 머리 모양을 조금 바꿔도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다.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컨설팅업체 컴퓨터이코노믹스가 추정한 지난해 바이러스로 인한 전 세계의 손실액은 132억달러나 됐다.
이유는 몇 년 전만 해도 컴퓨터 한 대에만 영향을 미치던 바이러스가 이제는 스스로 복제해서 그 컴퓨터에 저장된 모든 e메일 주소로 자동 발송되고 있기 때문. 지난해 7월 등장한 서캠 바이러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같은 달 나타난 코드레드 바이러스도 1주일 만에 30만대의 컴퓨터를 감염시켰다. 이 같은 위험은 인스턴트 메신저 등 컴퓨터끼리 연결되는 프로그램이 속속 개발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무선인터넷의 확산도 정보 유출의 한 원인. 정보가 공중에서 가로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기업의 30%는 무선접속망을 가지고 있다”며 “이는 뒷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