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려면 스위스로?…‘자살도우미’ 합법화

  • 입력 2002년 10월 10일 15시 38분


불치병 환자가 자살할 수 있게 돕는 것은 옳은가 그른가.

스위스의 ‘자살 도우미’ 단체인 ‘디그니타스(Dignitas)’의 활동이 스위스 의회와 법조계 등에서 윤리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14일자에서 보도했다.

98년 설립된 이 단체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확인이 있고, 스스로 죽음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회원으로 받는다. 회원은 회비를 내고 자신이 원할 때 스위스로 건너가 디그니타스 아파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약을 삼킨다.

스위스행은 되돌아갈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너는 여행인 셈. 지금까지 125명이 스스로 생을 마쳤으며 등록된 회원은 1800여명이다. 회원의 대부분은 외국인.

스위스에서 의사가 약을 투여하는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환자 스스로 약을 복용하도록 돕는 것은 합법이다. 타임은 “그러나 스위스의 법조인과 의원들 중에는 스위스가 외국인을 상대로 자살산업을 육성한다는 이미지를 갖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의 돌 발렌더 의원은 지난주 자살 도우미의 활동을 제한하고 외국인을 회원으로 받지 못하게 하는 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디그니타스 설립자인 루드비히 미넬리는 “우리는 외국인을 상대로 자살을 마케팅하는 것이 아니며 모든 사람은 품위 있게 생을 마칠 권리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디그니타스가 정신질환자를 회원으로 받고 있는 것도 논란거리. 베른 대학병원의 토마스 슈레퍼 박사는 “이성적인 판단력이 부족한 정신질환자의 뜻에 따라 자살을 돕는다면 살아야 할 사람을 죽게 만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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