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 核공격 전략 효과 없다”

  • 입력 2002년 10월 2일 18시 50분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미국에 대한 도전을 차단하기 위해 비핵국가에도 선제 핵공격을 불사한다는 공세적 군사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 전략에 깔린 가정은 잠재적 적국들이 무자비한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미국의 능력을 보고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같은 위협적인 무기의 개발을 포기하리라는 것. 올해 초 공개된 부시 행정부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는 “한 국가 전역에 걸쳐 광범위한 목표들을 공격할 수 있는 (미국의) 우월한 무기 체계가 잠재적 적국들이 위협적인 능력을 추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 안보전문 노틸러스 연구소의 한스 크리스텐슨 선임연구원(사진)은 ‘블레틴 오브 더 아토믹 사이언티스츠’ 9·10월호에 기고한 ‘선제 핵공격 태세’라는 글에서 북한의 사례를 들어 이 전략을 비판했다.

크리스텐슨 연구원은 최근 미 정보자유법에 따라 비밀해제된 문서를 입수, 98년 미군의 한반도 핵전쟁 모의훈련 상황을 밝혀낸 바 있다. 다음은 그의 글 요약.

최근 비밀해제된 94년 미 핵태세검토보고서(NPR)와 보고서 작성에 앞서 가진 토의그룹들의 회의록. - 노틸러스연구소 자료

NPR가 논란이 된 것은 북한을 선제 핵공격의 잠재적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이었다. NPR는 지하관통 핵폭탄과 같은 새로운 능력의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핵전략이 바뀌었다고 믿어왔던 분석가들과 전직 관료, 기자들을 당혹하게 했다. 한국 내 핵무기 배치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연관성을 추적해보면 1958년부터 1991년까지 33년간 한국에 핵무기가 배치돼 있는 동안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했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북한은 미군의 핵무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대량살상무기를 더욱 개발하려 했을지 모른다.

91년 노태우(盧泰愚) 당시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미군은 핵무기를 한반도에서 철수했다. 미국은 처음엔 반대했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북한이 핵무기 철수를 틈타 보다 공격적으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했다는 증거는 없다. 94년 NPR 작성 당시 6개의 토의그룹들은 핵정책의 다양한 측면들을 검토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회의를 주재한 의장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철수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에 영향을 미쳤는가”라고 물었다. 이 그룹은 “아니다”고 확답했다.

새 NPR의 또다른 핵심적 특징은 핵공격 임무 수행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했다는 점. 하지만 이것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최근 비밀해제된 미 전략사령부의 ‘미 핵태세와 비확산 정책’에 따르면 94년 이후 미군은 즉각적인 핵보복 공격이 8시간 이내에 이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군 역시 트라이던트 잠수함을 핵태세의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내년 10월 트라이던트는 목표조정가능한 탄도미사일 발사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주한 미사령관은 99년 트라이던트를 “임무수행에 필수적인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태평양에 배치된 모든 트라이던트 잠수함은 2006년에 보다 정확한 장거리 트라이던트Ⅱ 미사일을 장착, 까다로운 목표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처음으로 보유하게 된다.

NPR의 문제점은 정책보다는 기술에 전략적 사고의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만 향상되면 위협을 제거할 수 있다는 발상은 90년대 북한의 사례에 비춰 잘못된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억제한 것은 핵의 전진배치가 아니라 계속된 협상으로 얻어낸 제네바합의였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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