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잡아라”…美 입소문마케팅 장소 각광

  • 입력 2002년 9월 30일 18시 10분


이발사 셰넌 존스는 최근 미국 시카고의 한 지역에서 ‘타임아웃’이라는 이름의 이발소를 열었다. 개장기념 파티에는 4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존스씨와 ‘안면을 트려는’ 스포츠의류 디자이너와 마케팅담당 직원들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포츠의류 회사 및 음반사들이 경쟁적으로 이발소를 마케팅 장소로 활용하면서 도심 이발소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고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이발소를 마케팅에 가장 먼저 활용한 회사는 리복. 1990년대에 나이키에 밀려 특히 도심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리복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이발소를 새로운 마케팅 장소로 선택했다.

흑인의 경우 특유의 곱슬머리를 관리하기 위해 한 주에 1번가량 이발소를 찾는 데다 미국에는 전통적으로 이발사들의 말이라면 잘 믿는 문화가 있기 때문.

리복은 주요 도시들에서 유명이발소들을 물색한 뒤 자사의 신제품을 진열하게 하고 고객들에게 나눠줄 상품도 후원했다. 미용실에 밀려 수십년째 사양길을 걷던 이발소로서도 손해볼 것이 없었다. 리복이 후원한 이발소들이 명소로 떠오르자 아디다스 등 다른 스포츠의류 회사들이 속속 이발소로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음반사들도 이발소에서 틀어주는 음악 목록에 자사의 신곡을 끼워 넣기 위해 이발사들을 대상으로 ‘구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발소의 인기는 최근 개봉된 이발소 소재의 영화가 성공을 거둔 데서도 확인됐다. 시카고의 한 흑인동네의 이발소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주민들의 애환을 그린 MGM 제작의 영화 ‘이발소’는 13일 북미지역에서 개봉된 이래 4000만달러의 입장수입을 올렸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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