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슈뢰더총리 재집권]"최대승자는 피셔 부총리"

  • 입력 2002년 9월 23일 19시 23분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이 녹색당의 선거승리 축하 기념연에서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베를린AP연합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이 녹색당의 선거승리 축하 기념연에서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베를린AP연합
‘이번 총선의 최대 승자.’

외신들은 독일 총선 결과를 타전하면서 요슈카 피셔 독일 부총리 겸 외무장관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가 이끄는 녹색당이 창당 22년 만에 최대 지지율을 얻고 제3당의 위치를 차지하면서 그의 주가가 급등했다는 것.

8월 독일을 급습한 ‘100년 만의 대홍수’는 ‘환경재앙’으로 불렸다. 환경 문제를 앞세워 온 녹색당에는 더 없는 기회였다. 이라크전 반대 여론도 반전을 모토로 삼는 녹색당에 역시 호재였다. 하지만 피셔 부총리 개인의 인기가 녹색당 약진의 발판이었다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의 개인 지지율은 독일 정치인 가운데 1위. 녹색당의 정당 투표의 모토가 ‘요슈카에게 투표하자’였을 정도.

아버지가 정육점을 운영했던 그는 젊은 날 택시 운전을 하며 급진 좌파운동에 빠졌었다. 지난 해에는 그가 경찰에 폭력을 휘두르던 사진이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 당시 그는 “펀치를 몇대 날린 것뿐”이라며 특유의 소탈함으로 위기를 넘겼다.

80년 창당된 녹색당에 뛰어들어 온건주의자로 변신한 그는 ‘이라크전 반대’를 공개 천명한 슈뢰더 총리보다 미국측이 선호하는 외교 채널로 평가된다.

그는 운동화에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등원할 정도로 분방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적잖은 신산(辛酸)을 겪었다. 한때 몸무게가 100㎏을 넘을 정도로 뚱뚱해 세 번째 부인으로부터 버림까지 받았던 그는 피나는 조깅과 마라톤으로 현재 75㎏까지 체중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가 낸 다이어트 성공 수기 ‘나는 달린다’는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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