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공교육과 사교육]스웨덴, 4세부터 국가 무상교육

  • 입력 2002년 9월 23일 17시 55분


스웨덴 스톡홀름시내의 엥겔 브렉트학교 내에 설치된 프리스쿨 클래스에서 취학 전인 6세 어린이들이 손놀림을 발달시키기 위해 진지한 표정으로 자수를 놓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시내의 엥겔 브렉트학교 내에 설치된 프리스쿨 클래스에서 취학 전인 6세 어린이들이 손놀림을 발달시키기 위해 진지한 표정으로 자수를 놓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시의 사립 브롬마 몬테소리학교는 이 지역의 학부모들이 선망하는 학교 중의 하나다.

‘지식의 사과’라는 크리스털 사과가 학교 상징물인 것처럼 아동 중심의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데다 학생 수가 적어 아이의 특성에 맞는 개별지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입 소문 때문에 스톡홀름시 외곽에서 장거리 통학을 시키는 열성파 학부모도 있고 입학 대기자도 많다고 한다.

이곳에는 1∼5세 유아 43명을 포함해 초등학교 5학년생까지 131명의 학생이 다닌다. 특히 유아학교는 교사 3명이 한 학급 15명을 맡기 때문에 자기 자식처럼 자상하게 보살핀다.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의 포스콜란 프리스쿨에서 유아들이 세면대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식사 때는 3∼5명이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예절을 배우며, 식사 뒤에는 수면실에서 낮잠을 자거나 교사가 동화책을 읽어준다. 오전 8시에 아침을 먹고 신체발달을 위한 놀이나 동화책을 읽어준다. 오후에는 푸른 나무와 새소리를 감상하면서 숲 속을 산책한다.

유아학교 원장인 팔름 새브스트룀(여)은 “등교 때는 주로 아빠들이 아이를 데리고 온다”며 “책임지고 아이들을 보살펴 주기 때문에 부모들이 마음 놓고 직장생활을 할 있다”고 말했다.

▽교육받을 권리 보장〓스웨덴은 세계적인 사회복지 국가답게 유아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한다. 대부분 맞벌이이기 때문에 직장 생활을 하려면 누군가 아이들을 돌봐줘야 하는 현실적 이유도 있지만 제도 만큼은 부러울 정도다.

1996년 유아교육 업무를 보건사회부에서 교육과학부로 이관하고 교육과 보호를 통합한 ‘에듀캐어(edu-care)’라는 개념의 정책을 펴고 있다. 육아에 대한 걱정 없이 직장이나 학업을 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체계적인 유아교육을 위한 것으로 가족복지정책의 핵심이다.

특히 98년 사회민주당은 ‘누구나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무상 유아교육 확대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 재집권에 성공한 뒤 복지 분배에 역점을 두고 있다.

▽육아휴직 1년〓직장을 다니거나 공부하는 부부가 출산하면 1년 동안 보수 전액을 받는 육아휴직을 하며 기본급만 받고 6개월 연장할 수 있다. 남편도 한달간 육아휴가가 가능하다.

스웨덴은 4세부터 하루 3시간씩 연간 525시간의 무상 유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했다. 1∼3세아는 부모 소득에 따라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만 1세가 지나면 대부분 ‘유아학교(pre-school)’에 다니고 6세 때는 유아학교나 초등학교 안에 개설된 ‘유아학교 학급(pre-school class)’을 선택해 다닌다. 프리스쿨 클래스는 초등교육을 7세에서 6세로 낮추자는 주장에 대한 논란 끝에 학교 안에 유아학교를 두는 절충안으로 생긴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초등학교에 프리스쿨 클래스가 있다.

100년의 전통이 있는 스톡홀름시의 엥겔 브렉트학교는 프리스쿨 클래스부터 9학년생까지 1000명의 학생과 80명의 교사가 있는 큰 학교다. 한반에 20명씩인 프리스쿨 클래스 3개반을 운영하고 있다.

안드쉬 회베리 교장(51)은 “프리스쿨 클래스에서는 공부에 치중하기 않고 손바느질, 목공예, 운동 등 특별활동을 통해 창의력을 키우며 초등학교 진학 준비를 한다”며 “교사가 초등 1학년까지 따라가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한다”고 말했다.

▽추가 학비 상한제〓4세 이상 아동에 대한 무상교육으로 오전 3시간의 교육비는 국가가 부담한다. 점심 식사 뒤 부모가 찾으러 오는 오후 5시경까지는 자체 또는 외부 기관에서 운영하는 여가프로그램인 ‘프리티스(Free Time)’에 참여한다.

프리티스는 부모 부담이 원칙이지만 정부는 ‘막스 탁사(Max Taxa)’라는 최고액을 정해 나머지는 정부나 시가 보조하고 있다. 사민당 정부는 최근 막스 탁사를 종전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첫째 아이는 최고 월 1140크로나(한화 15만원), 둘째는 760크로나(9만9000원), 셋째는 380크로나(5만원)로 이것도 수입에 따라 차이가 있다. 자녀가 많아도 교육비 부담이 크지 않은 것도 이 덕분이다.

초등 3학년까지 이용할 수 있는 ‘프리티스’는 6∼9세 아동의 62%, 10∼12세의 7%가 이용하고 있다.

한인 교포 한인숙(韓仁淑·48)씨는 “종전에는 학비 부담 때문에 프리티스에 보내지 않던 부모들이 대부분 아이들을 맡긴다”며 “그러나 학생 수가 늘고 교육활동이 형식적이어서 교육의 질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돼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유층은 기피한다”고 말했다.

▽여성 사회활동 최고〓이 같은 유아교육 제도 덕분에 스웨덴은 어느 곳을 방문해도 기관장 대부분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하다. 여성의 경제활동 비율이 고졸 78.4%, 대졸 88.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스웨덴 국가교육청(NAE) 안나 란리트 교육국장은 “어려서부터 유아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여성들의 사회활동을 장려하는 것이 국가 인적자원 개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톡홀름〓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헬싱 스웨덴 교육원장 "국가서 교육-보육 통합관리 중요"▼

“우리나라도 유아교육 소관을 보건사회부에서 교육과학부로 이관하는 문제를 놓고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그러나 유아교육은 가정생활과 한 인간의 평생교육에 관련된 것이어서 교육과학부가 맡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1996년 통합했습니다.”

스웨덴 교육과학부의 에바 브라우도르프 헬싱 보통교육국장(여·사진)은 “아동의 교육과 보호를 분리하는 것보다 에듀캐어(edu-care)로 통합 관리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옳다”며 “유아단계에서 교육을 잘하면 큰 뒤에는 훨씬 수월하게 가르칠 수 있다는 기본 철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 초기에는 보건사회부에서 재정을 많이 가져오지 못해 유아교육에 대해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으나 교육부 이관에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는 것.

헬싱 국장은 “행정기간끼리의 임무 교대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큰 변화없이 부드럽게 넘어가고 있다”며 “특히 교육부가 담당하면서 유아학교의 커리큘럼을 처음 마련하는 등 유아교육의 기틀을 갖췄다”고 자랑했다.

그는 “유아 교사나 보모들이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옷을 갈아 입히는 과정마다 항상 보이지 않는 교육적 교류가 일어난다”며 “유아교육은 놀이의 개념이 중요하며 항상 즐거은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웨덴도 1849년 국민학교가 생긴 뒤 교사는 목사에 버금가는 존경을 받았으나 지금은 다른 나라와 비슷하다는 것. 유아 교사들은 80∼90%의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지만 초등 교사에 비해 보수나 사회적 평가가 다소 낮은 편이다.

초등 교사의 보수가 주 45시간 근무에 월 2만2000크로나(한화 290만원)인데 비해 유아학교 교사는 주 40시간에 월 1만8000크로나(238만원)로 차이가 있다.

헬싱 국장은 “유아를 둔 학부모 8만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6.7%가 현 유아교육제도에 만족하고 있다”며 “그러나 놀이만 하지 말고 공부에 더 관심을 쏟아주길 원하는 학부모들이 있어 사립 성격의 자율 유아교육 기관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소개했다.스톡홀름〓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전문가 기고]유아 무상교육으로 '인생첫발' 평등하게▼

유럽과 북미 국가들은 초등학교 취학 직전 연령인 5세아에 대한 무상교육을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무상’이기 때문에 학부모의 경제적 수준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유아들이 비슷한 수준의 유아교육을 받고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선진국들이 무상 유아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인생의 출발점에서부터 평등을 구현하고자 하는 취지에서다. 유아의 능력이 아니라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의해서 출발점이 달라지지 않도록 국가가 보장해줘야 한다는 배려다.

프랑스는 일찍부터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교육에 적용한 국가답게 3∼5세 유아 모두에게 무상교육의 혜택을 주고 있다.

영국의 노동당 정부는 선거 공약의 하나로 유아 무상교육을 내세우고 4세까지 하루 2시간반씩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저소득층에 한정 실시하고 있는 3세 무상교육도 2004년부터 전면 실시된다. 저소득층 밀집지역 30곳을 교육투자우선지역(EAZ)로 정해 5세 이하 유아들에게 무상교육과 함께 종일제로 보호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들이 무상 유아교육을 확대하는 또다른 이유는 여성의 경제활동을 보장하고 장려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국가가 유아교육의 일정 부분을 책임지기 때문에 여성들은 마음놓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고 이것이 국가 발전과 직결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무상 유아교육 국가의 여성 취업률이 높은 것이다.

유아교육은 아동의 발달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유아 시기에 적절한 교육을 받고 취학할 경우 초등은 물론 중등 단계에서도 적응이나 성취도도 높다는 보고다.

우리나라의 유아교육 실태는 어떤가. 국가 지원을 받지않는 사립의 비율이 80% 넘기 때문에 부모의 교육비 부담이 매우 크다. 저소득층은 학비가 비싼 유치원보다는 놀이방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유아의 출발점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저소득층의 만 5세아에 대한 무상 유아교육을 시작했지만 혜택 대상이 그리 많지 않아 아직은 초보적 단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아교육의 평등한 출발과 유아교육을 받을 보편적인 권리에 대한 국가적 인식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나정 한국교육개발원 유아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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