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그루지야 충돌위기

  • 입력 2002년 9월 12일 19시 12분


러시아와 그루지야 사이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그루지야가 독자적으로 러시아 접경지역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자위권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루지야 영내에 은신한 체첸반군을 소탕하기 위해 군사행동을 하겠다는 최후통첩성 발언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접경 바로 너머에 위치한 판키시계곡의 목표물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러시아군 참모본부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91년 구 소련에서 독립한 뒤 러시아와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온 그루지야는 전에 없는 러시아의 강경한 태도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긴급 안보장관회의를 소집한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그루지야 대통령은 “이 발언이 그루지야 침공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곧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12일 “유엔총회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하겠다”며 압박을 계속했다. 이번 기회에 그루지야를 ‘확실히 길들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9·11 테러 1주년에 맞춰 ‘반(反)테러’라는 국제적 명분을 앞세워 서방의 비난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치밀한 계산 속에 나왔다는 분석이다. 테러조직인 체첸반군을 비호하는 그루지야를 응징하는 것도 대 테러전쟁의 일환이라는 것이 러시아의 논리다.

구 소련 외무장관 출신으로 친서방파인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이 95년 집권한 후 그루지야와 러시아와의 관계는 계속 악화돼 왔다. 그루지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과 독립국가연합(CIS) 탈퇴를 추진하는 등 탈(脫)러 노선을 걷기 시작했으며 올 초에는 미국 군사고문단까지 받아들여 러시아를 더욱 자극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그루지야 내 군사기지를 폐쇄하고 병력을 철수시켜야 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