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 내용 밝혀져

  • 입력 2002년 8월 28일 16시 06분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러시아 극동 방문(20∼24일)과 북-러 정상회담(23일)에서 러시아측과 논의한 내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4시간 동안의 마라톤 회담을 가진 후 귀국했지만 그동안 회담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회담 직후 푸틴 대통령이 2분 동안 회담 내용을 간단히 전한 것 외에는 공식발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1년만의 북-러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다는 관측까지 나왔었다.

△합의는 없어=김 위원장을 초청한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대통령 극동지역 전권대표는 27일 "이번 방문에서 합의가 이뤄진 사안은 없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풀리코프스키 대표는 "이것이 아무런 성과가 없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김 위원장이 옴스크 트랙터 공장을 다녀간 뒤 현재까지 북한이 200여대의 트랙터를 구입해 간 예를 들면서 "김 위원장이 이번 방문에서 관심을 보인 분야를 중심으로 점차적으로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협력=러시아 대외국방기술협력위원회의 한 고위 관리는 27일 양국이 무기 공급에 관한 협의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리는 군사기술 협력은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북-러 군사기술 협력은 과거에 공급된 구 소련제 무기의 부품 판매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가까운 시일내에 북한이 러시아의 첨단 무기를 구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특히 노후된 전투기의 교체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문 중 콤소몰스크나아무레 항공기제작소에 들러 최신예 수호이 전투기에 관심을 보였다.

러시아 관영 RTR방송은 "북한은 500여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절반 가량이 비행이 어려운 상태이며 현대화된 전투기는 30대의 미그29와 35대의 SU(수호이)25가 전부"라고 전했다.

△철도협력=김 위원장은 24일 하산역에서 귀국 직전 배웅나온 겐나디 파데예프 러시아 철도부 장관에게 "곧 한반도 철도의 복원을 위해 북한이 주도적으로 새로운 제안을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파데예프 장관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 철도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등 철도 연결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상업항 지배인에게 북한 나진항과의 협력 문제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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