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공격 강행 논란 고조

  • 입력 2002년 8월 28일 14시 40분


이라크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 및 국내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제거의 정당성을 연일 강변하고 있어 미국 단독의 군사작전을 둘러싼 우려와 긴장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공식적으론 이라크 침공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사실상 강행 방침을 굳히고 이를 위한 외교적 지지 모색 등 개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유럽과 중동의 주요 국가들은 미국의 일방적 군사작전이 초래할 파국적 위험을 경고하며 외교적 해결을 촉구,국제 정세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7일 휴가지인 텍사스주 크로포드의 목장에서 반다르 빈 술탄 주미 사우디 대사와 만나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이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이 세계와 지역 평화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 그가 없는 세상이 보다 안전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매우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딕 체니 부통령이 전날 후세인을 강력 비난하며 이라크에 대한 선제공격을 정당화한 데 이어 나온 것으로 미국 수뇌부의 강경한 후세인 제거 의지를 거듭 천명한 것이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공격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 사우디 아라비아 및 다른 국가들과 협의할 것임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은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 제거를 위한 사우디의 협조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CNN 방송 등 미 언론은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완강히 반대하는 사우디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부장관은 이라크 공격에 대한 국내의 비판 여론과 관련, "이라크에 대한 공격 여부는 합의가 아니라 통치권 차원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비록 처음엔 외롭게 보일 수도 있으나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올바른 행동을 취하는 것은 의견일치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또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면 다른 국가들은 이에 협력하고 참여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척 헤이글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딕 게파트 하원의원 등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공격에 앞서 의회의 협의를 거칠 것을 요구하는 등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인 이라크 공격 움직임에 대한 의회 등의 견제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리처드 홀부르크 전 유엔주재 대사는 이날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바그다드로 가는 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거쳐야 한다"며 이라크 공격에 앞서 반드시 유엔 안보리의 지지결의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