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美 9·11사태 다룬 책 2題

  • 입력 2002년 8월 27일 18시 10분


▼용감했던 사람들…구조현장 지킨 기자 경험담 소개▼

“취재수첩을 접고 의약품을 나르기 시작했다. 나도 기자이기 이전에 인간이었기 때문이다.”(아서 산타나 워싱턴포스트 국방부 출입기자)

9·11테러 1주년을 앞두고 뉴욕과 워싱턴의 테러 현장에서 직접 뛰었던 기자들의 진솔한 경험담을 엮은 책 ‘위험을 향한 돌진(Running Toward Danger·사진)’이 최근 미국에서 발간됐다. 다음은 주요 내용.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인 남편이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나는 사고 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죄의식이 나를 사로잡았다.”(당시 임신 8개월이었던 매기 팔리 LA타임스 뉴욕주재기자)

“20년 동안 사고 현장을 피한 적이 없지만 그날은 너무 위험해 피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서 피해 나온 덕분에 건물이 붕괴될 때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데이비드 핸드슈 뉴욕 데일리뉴스 사진기자)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당분간 집안 일을 책임지도록 당부했다. 나는 당분간 집에 들어갈 수 없다고 설득했다.”(댄 래더 CBS 뉴스앵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무능했던 사람들…“정보기관 공조실패”애국심논란▼

지난해 9·11테러 당시 미국 정보기관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워싱턴 타임스의 빌 거츠 기자의 저서 ‘고장(Breakdown·사진)’이 애국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인터넷 뉴스사이트 드러지리포트가 25일 보도했다.

이 책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은 9·11테러 전인 2001년 여름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이 책에는 또한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결정에 집착하는 정보기관 내부의 관습 및 기관간 공조 실패 등 구조적 문제가 9·11테러에서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점을 드러내는 정부의 극비문서들이 포함돼 있다. CIA는 책을 출간한 레그너리 출판사측에 정보기관에서 유출된 문서와 관련된 부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한 고위 소식통은 “지금 같은 때 우리의 약점을 공개하는 책이 필요한가?”라고 반문하며 “나라를 당혹하게 해서 저자가 얻는 게 무엇이며 그의 애국심은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고장’은 지난주 미 최대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비소설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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