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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0일 2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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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몽골 칭기즈칸의 관련유적을 찾아나선 미국과 몽골의 합동 발굴단에 연달아 나쁜 일이 일어나면서 일부 몽골인들이 ‘칭기즈칸의 저주’를 떠올리고 있다고 시카고 선타임스와 시애틀 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 시카고대학 존 우즈 교수가 이끄는 미국 몽골 합동 발굴단은 올 여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북동쪽으로 320㎞ 떨어진 우글룩칭골 헤렘의 한 언덕에서 발굴작업을 계속했다. 우글룩칭골헤렘은 칭기즈칸의 활동무대로 알려져 있으며 문제의 언덕은 높이 3m의 돌성채가 3㎞ 이상 성곽처럼 둘러싸고 있다.
발굴단은 이곳에서 잘 다듬은 돌을 깔아놓은 시설과 인골, 말 등 동물의 뼈 등을 대량 발굴했고 칭기즈칸 무덤 축조에 참여했던 이들의 순장 유적으로 추정했다. 칭기즈칸 무덤 축조에 참여한 2000여명의 노예와 800여명의 군인들을 묘의 도굴을 막기 위해 모두 타살했다는 전설이 현실로 살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발굴장에서는 언덕길을 오르던 차가 뒤집혔고 수천마리의 뱀이 출현했다. 전염병도 돌았다.
설상가상으로 몽골의 다쉬인 비암바수렌이 전 총리가 “칭기즈칸이 잠든 신성한 땅을 더럽혀서는 안 된다”는 편지를 몽골 대통령과 몽골 언론에 보내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는 편지에서 발굴단이 신성한 땅에서 차를 모는 등 성지를 더럽혔다고 비난했다. 발굴 작업은 곧 중단됐다. 미국 발굴단은 14일 미국으로 되돌아갔고, 16일 발표할 예정이던 발굴 중간 보고도 취소됐다. 우즈 교수는 “현재로서는 발굴단의 운명을 점칠 수 없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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