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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0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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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준비 중인 첩보위성은 바로 이곳에서 쏘아 올려진다. 일본기술로 제작된 H2A로켓을 이용해 2002년, 2003년 회계연도에 각각 2기씩 발사할 예정이다.
1998년 8월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 발사실험을 했을 때 일본열도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안보불안에 들끓었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첩보위성 발사결정을 발표했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일본정부에 북한이 구실을 마련해 준 셈이다.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획득사업을 1967년부터 개시한 일본은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 모두를 갖게 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우주의 평화이용원칙’이라는 중·참의원 결의를 마련, 스스로 족쇄를 채웠다. 이제 이 결의를 30여년 만에 무너뜨리고 세계 정상급의 첩보위성 보유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첩보위성제작 능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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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1992년 지구자원관측위성(JERS1)이라는 민간위성에 첩보위성용 합성개구(合成開口) 레이더와 광학센서를 탑재, 해상도(解像度) 18m의 비교적 규모가 큰 위성을 2년간 운용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위성은 프랑스의 스포트, 미국의 랜드샛 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 우주 선진국들과 대등한 일본의 위성 제조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1996년에 발사한 지구관측플랫홈 기술위성(ADEOS)도 문자 그대로 전지구(全地球)를 관측하는 위성이었기 때문에 일본은 사실상 오래 전부터 민간위성을 통한 정보수집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왔다.
첩보위성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술 축적은 2003년을 목표로 개발 중인 육역관측(陸域觀測)기술위성 ALOS에서도 나타난다. 이 위성은 1992년의 JERS1 에 탑재된 합성개구 레이더보다 훨씬 고도화된 차세대형 합성개구 레이더를 탑재, 해상도 2.5m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이 목표로 삼고 있는 첩보위성은 해상도 1m급. 지상 주차 차량의 종류, 북한의 대포와 미사일 배치 지점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정밀도다. 북한 영변에 핵관련 시설이 있다는 발표를 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일본 동해대학의 사카다(坂田) 교수가 당시 사용한 것은 해상도 18m도 안 되는 프랑스의 스포트 위성사진이었다.
일본이 자랑하는 고도의 판독기술에 의존해 이루어낸 개가였다. 일본이 해상도 1m급의 첩보위성을 보유하게 된다면 위성 정보수집능력에서 미국에 결코 뒤지지 않게 된다.
정보대국을 지향하는 일본의 우주개발정책은 로켓 개발과정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1975년 9월 첫 기술시험위성 발사에 성공한 이래 일본은 초기의 N1, N2 로켓 등 라이선스 생산단계를 거쳐 H1 로켓 등 엔진 국산화로 꾸준히 발전을 거듭, 마침내 1994년 2월 순 국산 로켓인 H2를 성공적으로 발사하기에 이르렀다.
H2 로켓은 고도 3만6000㎞의 정지궤도에 무게 약 2t의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대형 로켓. 최근 두 번의 발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로켓발사 성공률은 91%로 세계 정상급 수준이다. 1975년부터 1992년까지 17년 동안 24개의 위성발사 성공률은 100%를 기록, 발사 신뢰성 세계 1위이기도 했다.
일본 문부과학성 시바다(芝田) 우주정책과장은 “순 국산 로켓 기술을 축적하기 위해 1기에 190억엔이나 하는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H2 로켓을 개발해 왔는데, 이제 배울 기술을 다 배웠기 때문에 외국부품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85억엔대의 H2A 로켓시대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90억엔대 규모의 세계 상업용 로켓발사 시장을 겨냥해 일본은 이미 미쓰비시 등 민간기업에 로켓생산을 이양하는 새로운 시대의 우주정책에 돌입하고 있다. 우리도 일본처럼 라이선스 생산을 통한 기술축적에 국력을 기울여야 한다. 위성을 통한 정보획득 능력이 국가의 안위와 직결되는 시대에 우리도 독자적인 위성 발사능력을 갖춰야 한다.
金慶敏(한양대 정치외교학과교수)
▼상업용 첩보위성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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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의 전유물이었던 첩보위성 촬영사진을 상업위성들이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앞서나가는 회사들은 역시 미국 회사. 디지털글로브(DigitalGlobe)는 지난해 10월 미 캘리포니아에서 보잉사 델타 로켓으로 퀵버드(Quickbird) 위성을 쏘아올렸다. 퀵버드는 지구상공 450㎞에서 흑백으로는 직경 61㎝, 컬러로는 2.4m의 물체까지 식별이 가능한 위성사진을 전송하고 있다. 최소 직경 10∼15㎝의 물체까지 식별 가능한 미군의 첨단 첩보위성의 해상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건물, 자동차는 물론 테니스장의 옆줄까지 판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주소만 입력하면 주소지의 항공사진을 무료로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www.mapquest.com)까지 생겨날 정도. 글로브익스플로러(www.globeexplorer.com)는 주택의 위성사진을 1장당 2만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미군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전쟁 3개월 동안 아프간과 파키스탄 지역에서 촬영한 스페이스 이미징(Space Imaging)사의 위성사진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사들였다. 사진이용도 물론이거니와 미군의 작전 수행 상황을 이 회사가 위성으로 촬영, 외국에 판매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
북한 금강산댐의 건설 진척상황에 대한 위성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것도 이 회사의 이코노스(IKONOS) 위성이다. 이코노스 위성의 해상도는 직경 1m의 물체를 식별할 정도다.
이처럼 민간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고화질의 위성사진을 제공하자 조지 테닛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6월7일 국립영상지도제작소에 보낸 비밀 서한에서 “앞으로 정부는 민간 사진을 1차적으로 활용하고 군사 위성사진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사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테닛 국장은 이달 27일 상원 청문회에서 “미국이 지난 수십 년간 누려왔던 (우주정찰에서) 독점적인 우위가 잠식당하고 있다”면서 “외국의 군사 정보기관 및 테러단체들이 작전기획과 실행능력을 높이기 위해 상업용 항법 및 통신 서비스와 함께 인공위성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스페이스 이미징사로부터 대만 지역을 촬영한 사진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군사전문가 존 파이크는 “미 기업들에는 이 같은 위성사진의 판매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 않으며 수출통제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美 첩보위성 관리 NRO▼
미국의 첩보위성을 관리하는 부서는 국가정찰국(NRO)이다. 61년에 설립된 NRO의 정체는 92년에야 비로소 1급 비밀에서 해제됐을 정도로 미 정부는 첩보위성에 대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왔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적국 소련에 대한 정보수집을 U2기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1960년 5월1일 소련 상공을 가로지르며 사진 촬영을 하던 U2기가 격추돼 조종사 개리 파워스가 체포돼 외교분쟁으로 비화되자 급격히 첩보위성 개발로 방향을 선회했다. 약 4개월 뒤인 8월31일 미 중앙정보국(CIA)이 코로나(CORONA)라고 불리는 첩보위성으로부터 필름을 공수받는 데 성공함으로써 첩보위성시대를 열었다. 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는 첩보 위성사진의 중요성을 인식시킨 계기.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코로나가 시시각각 전해오는 소련의 움직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승부수를 던져 위기를 넘겼다.
NRO의 존재에 대해서는 71년 1월 뉴욕타임스가 간략히 언급했고 이어 73년 9월 워싱턴포스트가 의회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함으로써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정책을 펴오다 92년에 NRO를 공개했다.
키스 홀 전 NRO국장은 지난해 발간된 국가정찰 연구센터의 기관지를 통해 “NRO가 40여년 동안 300개가 넘는 첩보위성을 쏘아올렸다”고 밝혔다.
NRO는 공군(A)과 해군(B), CIA(C), 그리고 공군과 CIA 합동(D) 등 4개 부서로 운영하다 92년 신호정보와 영상정보 그리고 통신체계 조달과 운영 등 기능별 3개 부서로 개편됐다. 미국은 우주에서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50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