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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6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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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순방길에 오른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은 5일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수 브라질 대통령과 만나 브라질에 대한 금융지원에 잠정 합의했다. 지원 규모는 브라질이 요청했던 100억달러가 될 전망이다.
반면 오닐 장관은 다음 방문국인 아르헨티나에 대해서는 “지난 70년 동안 비슷한 혼란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아르헨티나가 요청한 250억달러의 지원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아르헨티나의 총리격인 알프레도 아타나소프 내각조정장관은 5일 “그의 방문은 미 고위관리의 방문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각각 남미 1, 2위의 경제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상반된 운명에 처해있는 것은 국제금융계가 두 나라의 위기를 보는 시각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5일 분석했다.
브라질은 아르헨티나보다 1000억달러 이상 많은 2500억달러의 국가부채를 짊어지고 있지만 경제 기조는 비교적 탄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브라질은 99년 한차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변동환율제로 전환해 국제금융시장 변동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 또한 브라질은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고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의 수출액은 철광 및 기기제조 중심으로 580만달러를 기록해 곡물 육류 중심인 아르헨티나의 수출액 260만달러를 두배 이상 앞질렀다. 최근 브라질이 겪고 있는 금융위기는 10월 대선에서 좌파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해외자본들이 빠져나감으로써 생긴 ‘정치적 위기’의 성격이 강하다.
이에 반해 아르헨티나는 올초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때까지 고정환율제를 고수해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낮고 외환시장 동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다. 또 많은 기업들이 브라질로 생산기지를 이전해 산업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심각하게 진행돼 왔으며 공식 실업률이 25%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은 아르헨티나에 노동자 100만명 정리해고, 초긴축 예산 편성 등을 포함한 근본적인 경제개혁 없이는 지원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두 나라의 경제적 운명이 엇갈리면서 아르헨티나에서는 브라질을 본받자는 열풍이 불고 있다.
에두아르도 두알데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브라질을 “성공적 개도국”이라고 평가하며 정기적으로 아르미오 프라가 브라질 중앙은행장으로부터 경제 자문을 얻고 있다.
또한 남미의 유럽이라고 불릴 정도로 문화적 자존심이 강했던 아르헨티나에서는 브라질 음악, 무용, TV 프로그램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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