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세계화” 상징 佛농민운동가 조제 보베 석방

  • 입력 2002년 8월 2일 18시 37분


반세계화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인 프랑스 농민운동가 조제 보베(49·사진)가 1일 수감된 지 40여일 만에 석방됐다. 프랑스 농민연합 대변인인 보베씨는 이날 지지자 3000여명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남프랑스의 몽펠리에 인근 교도소 문을 걸어 나왔다.

보베씨는 99년 트랙터를 몰고 가 남프랑스 미요에 건설중인 맥도널드 햄버거 매장을 파괴하면서 일약 ‘반세계화 운동의 영웅’으로 부상했다. 이후 제노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반세계화 시위 등 각종 시위를 주도해왔다.

교도소 앞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선 보베씨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성장 호르몬으로 사육한 미국 쇠고기를 유럽에 강매하는데도 법적인 호소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굴복하느냐, 법을 어기느냐를 택일해야 한다면 결단코 법을 어기겠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의 연단은 옥중에서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수백통의 편지로 장식됐다.

보베씨는 옥중 단식투쟁으로 수척한 모습이었으나 목소리는 여전히 힘이 있었다고 프랑스 언론들은 전했다. 하루에 오렌지 주스 한 잔과 물만을 마시며 한 달을 버틴 그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특사로 형을 4주 감면받았다.

프랑스 인기 만화 주인공인 ‘아스테릭스(Asterix)’처럼 기른 그의 콧수염도 여전했다. 아스테릭스는 로마의 프랑스 정복 당시 저항한 가상 영웅.

보베씨는 또 “나는 매일 밤 비명을 들었으며 감옥에는 쥐들이 득실거렸다”며 프랑스 감옥의 열악한 환경을 공격했다. 장 피에르 라파랭 내각이 “재범자는 철저히 감옥으로 보내겠다”고 공언한 것을 비웃으며 “감옥이 도리어 재범을 만든다”고 열을 올렸다.

맥도널드 매장 파괴 혐의로 3개월형을 선고받았던 보베씨는 입감 절차부터 요란했다. 그는 6월14일 자신의 상징이 된 트랙터를 몰고 1000여명의 지지자들과 7시간의 ‘여행’ 끝에 교도소에 도착했었다.

보베씨는 유전자조작(GM) 작물 재배지를 파괴한 다른 혐의로 다시 구속될 예정. 아이러니컬하게도 보베씨의 부모는 둘 다 GM 작물 개발에 앞장 선 유전 공학자들. 프랑스 국립 농격학 연구소장을 지낸 아버지 보베 1세는 GM 농작물을 여러 종 개발했으며 어머니 콜레트도 미국 버클리대에서 연구한 생물학자이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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