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푸틴, 첩보소설 주인공 되다

  • 입력 2002년 7월 19일 17시 53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007스타일의 첩보소설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18일 모스크바에서 출간된 소설 ‘대통령’에서 푸틴 대통령은 직접 특공대를 이끌고 체첸반군과 일전을 벌이는 영웅으로 묘사됐다. 푸틴 대통령은 “남자답게 1 대 1로 승부를 겨루자”는 반군지도자 ‘샤밀’의 편지를 받고 부인 루드밀라 여사에게도 말하지 않고 체첸으로 가 치열한 전투 끝에 샤밀을 사살하고 귀환한다.

작가인 알렉산드르 올리비크는 “푸틴 대통령을 몸을 던져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려는 영웅적인 지도자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리비크는 기자 출신으로 92년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전기인 ‘옐친과의 3년’을 쓰는 등 크렘린 속사정에 정통한 작가다.

소설 ‘대통령’의 표지

그러나 크렘린 측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설에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치인과 고위관리, 장성들이 실명으로 대거 등장하고 크렘린 내부 동향이 지나치게 상세히 묘사됐기 때문이다.

크렘린은 사전에 작가에게 “주요 인사의 실명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청하고 이를 어길 경우 정보입수 경위를 추궁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크렘린은 그동안 상당 부분 탈색됐던 푸틴 대통령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되살아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 소설로 인해 푸틴 대통령이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이었으며 체첸전을 주도했다는 사실이 다시 떠올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미묘한 분위기 때문인지 이 소설은 초판 10만부를 찍었지만 정작 모스크바 주요 서점에선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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