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스톡옵션 비용처리 등 투명성 제고 '안간힘'

  • 입력 2002년 7월 18일 18시 48분


《갖가지 부정 스캔들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미국 기업들이 본격적인 개혁에 나섰다. 최근 증시폭락과 경기침체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미 기업들은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주식매입선택권(스톡옵션) 처리, 이사회 독립, 회계와 컨설팅의 분리, 애널리스트 감독 등의 문제에서 다양한 개혁 방안을 내놓고 있다고 USA투데이지가 16일 보도했다.》

▽기업의 자성 노력〓가장 눈에 띄는 개혁은 스톡옵션의 비용 처리. 코카콜라가 14일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키로 한데 이어 15일 워싱턴포스트, 16일 뱅크원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질레트(생필품업체), 하인츠(식품업체), 델타항공, 타깃스토어(유통체인) 등도 조만간 스톡옵션 비용 처리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스톡옵션의 비용 처리는 실적 보고서에서 순익이 줄어드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그동안 기업들이 강력히 반대해 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스톡옵션을 비용 처리하게 되면 순익이 30%이상 줄게 된다. 제이미 디몬 뱅크원 회장은 “주주들에게 회계의 투명성과 정확성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미디어그룹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즈너 회장은 회계-컨설팅 업무 분리와 이사회 독립성 확보를 위한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디즈니는 그동안 회계와 컨설팅 업무를 동시에 담당했던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 대해 컨설팅 업무를 중단하도록 통보했다. 디즈니는 또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사외이사가 소속된 회사와 사업관계를 맺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씨티그룹의 샌포드 웨일 회장은 16일 애널리스트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업무와 자금조달 중개 업무를 분리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업무 분리 규제안에 대해 강력 반대해온 가운데 월가 최대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분리 필요성을 거론한 것은 중대 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개혁 부작용〓일부 전문가들은 개혁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부작용의 위험도 만만찮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들이 임직원에 대한 스톡옵션을 줄이게 되면 고위경영진보다 일반 직원들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 경영진은 설사 스톡옵션이 줄어든다고 해도 갖가지 보너스와 주택 제공 등의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지만 급료의 대부분을 스톡옵션으로 받고 있는 정보기술(IT) 등 첨단기업의 일반 직원들은 수입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또 일부 기업의 자성노력은 근본적인 구조 개혁없이 스캔들 회피와 주가 상승을 위한 피상적인 개혁에 그칠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